아침 8시 20분, 한옥마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골목으로 들어서면 이 시간엔 한산할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벌써 사람 발길이 이어진다. 기와지붕 사이로 밥 짓는 냄새와 콩나물 삶는 구수한 냄새가 먼저 코를 스친다. 왱이집 앞은 벌써 열 명 넘게 줄을 서 있고, 가게 문 틈으로 뚝배기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전주 한옥마을을 제대로 먹으려면 순서가 중요하다. 계획 없이 돌아다녀도 되지 않겠냐 싶지만, 막상 그렇게 움직이면 웨이팅으로 반나절이 훌쩍 날아가고 정작 먹고 싶던 곳은 문 닫을 시간이 되어버리기 일쑤다. 아래 동선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걷는 거리와 대기 시간을 계산해 짠 하루 코스다.
오전 8시 30분, 콩나물국밥으로 하루 시작
전주 콩나물국밥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삼백집식은 뚝배기째 팔팔 끓여 계란이 반쯤 익어 나오고, 남부시장식인 왱이집은 국물이 맑고 개운하다. 해장이 필요하면 왱이집, 든든하게 속을 채우고 싶으면 삼백집이 낫다. 가격은 두 곳 모두 1인분 9천원대로 생각보다 부담 없다. 아침 8시 반이면 대기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지만 9시가 넘어가면 줄이 순식간에 길어진다. 아침부터 술이냐 싶겠지만, 모주 한 잔을 곁들이면 국밥 맛이 한층 살아난다.

경기전과 전동성당, 걸으면서 소화시키기
국밥 한 그릇을 비우고 나면 경기전까지 도보로 5분이면 충분하다.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곳으로, 아침 햇살에 기와가 반짝이는 시간이 사진 찍기 가장 좋다. 담장을 따라 5분만 더 걸으면 전동성당이 나온다. 한옥마을 한복판에 서양식 성당이라니 어색할 것 같지만, 붉은 벽돌 성당과 한옥 지붕이 한 프레임에 잡히는 구도는 오히려 이 동네만의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성당 맞은편 풍년제과는 이 이른 시간에도 초코파이를 사려는 줄이 벌써 생겨 있으니, 여기서 미리 포장해두면 오후 간식 걱정을 덜 수 있다. 낱개 2천원 선.
낮 12시, 비빔밥 한 그릇으로 든든하게
점심은 비빔밥이 정답이다. 하숙영가마솥비빔밥은 가마솥에서 바로 퍼주는 밥이 고슬고슬하고, 고궁수라간은 놋그릇에 담긴 육회비빔밥이 유명하다. 두 곳 모두 1인분 1만 3천원에서 1만 5천원 사이라 비빔밥치고 비싸다 느낄 수 있지만, 그릇 크기와 재료를 보면 수긍이 간다. 정오 무렵은 웨이팅이 20분을 넘기기 쉬우므로 11시 40분쯤 도착하는 편이 마음 편하다. 비빔밥에 딸려 나오는 콩나물국이나 육개장으로 국물까지 챙기면 오후 내내 걸을 힘이 남는다.
오후 2시, 동문길 길거리음식 탐방
배가 좀 꺼질 때쯤 동문길로 접어들면 그제야 진짜 한옥마을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화덕에서 구워지는 문꼬치, 매콤한 소스를 두른 회오리감자, 매콤한 국물에 라면 사리를 넣은 오모리김치찌개가 골목 양쪽에 늘어서 있다. 하나씩 사 먹어도 금세 배가 부르니 일행끼리 나눠 먹는 걸 추천한다. 가격대는 대부분 4천원에서 7천원. 사람이 몰리는 낮 시간에는 줄이 길어 보여 지레 포기하기 쉽지만, 회전이 빨라 10분 안팎이면 순서가 온다.

오후 3시 반, 오목대에서 내려다보는 지붕 물결
길거리음식으로 당 충전을 했다면 오목대 계단을 오를 차례다. 계단 200개라는 말에 지레 겁먹을 수도 있지만, 막상 오르면 기와지붕이 파도처럼 이어지는 전망이 펼쳐져 힘든 줄 모른다. 땀은 나지만 5분이면 충분하고, 내려오는 길에는 문화양복점을 개조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다리를 쉬면 된다. 창가 자리에 앉으면 방금 걸어온 골목이 그대로 내려다보인다.
저녁 6시, 칼국수 아니면 야시장
저녁은 두 가지 갈림길이다. 배가 아직 든든하면 베테랑칼국수에서 칼칼한 만두 칼국수로 마무리하고, 뭔가 더 구경하고 싶다면 남부시장 청년몰 야시장으로 넘어간다. 청년몰은 금요일부터 일요일 저녁에만 열리는데, 재래시장이라 기대가 크지 않았다면 오산이다. 파전, 육회, 수제 맥주 같은 젊은 감각의 안주가 많아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남부시장까지는 한옥마을에서 도보 10분 거리라 저녁 산책 코스로도 나쁘지 않다.
하루 동선 한눈에 보기
08:30 왱이집 또는 삼백집 콩나물국밥 → 09:15 경기전·전동성당 산책 → 09:45 풍년제과 초코파이 포장 → 11:40 비빔밥 웨이팅 시작 → 12:00 하숙영가마솥비빔밥 또는 고궁수라간 점심 → 14:00 동문길 길거리음식 → 15:30 오목대 전망대 → 16:00 카페 휴식 → 18:00 베테랑칼국수 또는 남부시장 청년몰 저녁. 이렇게 나열해 놓으면 빡빡해 보이지만, 이 순서대로 움직이면 이동 거리가 대부분 도보 10분 이내라 실제 체력 소모는 크지 않다.
자주 묻는 질문
한옥마을 주차는 어디가 편한가요?
한옥마을 공영주차장이 가장 크고 접근성이 좋다. 시간당 1천원 선이며 주말에는 오전 9시 이전 도착을 권한다. 성수기 주말 오전 10시가 넘으면 만차가 되는 경우가 많아 아쉽지만, 인근 공영주차장이나 오목대 방향 주차장을 함께 검색해두는 게 안전하다.
이 코스를 다 도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아침 8시 반부터 저녁 6시까지 잡으면 여유 있게 소화된다. 걷는 시간만 따지면 총 이동 거리가 3킬로미터 안팎이라 부담스럽지 않지만, 웨이팅과 사진 촬영 시간까지 더하면 최소 8시간은 잡아야 한다. 시간이 부족하면 점심과 길거리음식 구간만 남기고 아침 식사를 생략해도 동선이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비 오는 날에는 어떻게 즐기나요?
비가 오면 오목대 전망 구간은 미끄러우니 건너뛰는 게 안전하다. 야외 일정이 통째로 무너질까 걱정되겠지만, 대신 전주한옥마을 공예품전시관이나 실내 찻집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식사 시간에 맞춰 이동하는 방식이 낫다. 길거리음식 노점도 우산을 쓴 채로 이용 가능한 곳이 많아 일정 자체를 취소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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