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화요일 저녁, 퇴근길에 들른 동네 마트 채소 코너에 표고버섯 한 팩이 3,980원짜리 스티커를 붙이고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냉장 코너 특유의 서늘한 바람 아래로 흙냄새 살짝 섞인 버섯 향이 훅 끼쳤고, 옆 칸엔 느타리버섯, 그 옆엔 자그마한 새송이버섯까지 나란했다. 9월 말이 되니 진열대 절반이 버섯으로 바뀌는구나 싶었다. 그렇게 표고 한 팩, 느타리 한 팩을 자신 있게 장바구니에 담아놓고는, 늘 그렇듯 냉장고 채소칸에 넣는 순간부터 존재를 잊어버렸다가 일주일 뒤 물러진 채로 다시 마주하는 게 내 패턴이었다.
가을에 버섯이 맛있어지는 이유, 그리고 종류별 특징
버섯이 사계절 마트에 있으니 제철이 따로 있나 싶기도 한데, 실제로는 다르다. 표고버섯이나 느타리버섯은 인공재배 비중이 높아 연중 유통되지만, 기온이 선선해지는 9월 말부터 11월 사이에 생육 조건이 맞아떨어지면서 향과 육질이 확실히 올라온다. 송이버섯은 아예 자연산 채취 시기가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으로 짧아서, 이 기간을 놓치면 다음 해까지 기다려야 한다.
종류마다 맛이 이렇게 다른가 싶을 만큼 결이 다르다. 송이버섯은 솔향이 강하고 조직이 단단해서 살짝만 익혀도 향이 확 퍼진다. 표고버섯은 감칠맛의 핵심인 구아닐산이 풍부해서 국물 요리에 넣으면 육수가 훨씬 진해진다. 느타리버섯은 결이 갈라지는 식감이 특징이라 볶음이나 전골에서 씹는 맛을 담당한다. 새송이버섯은 밑동까지 살이 두툼해서 두껍게 썰어 구워도 부서지지 않는다. 팽이버섯은 가늘고 여려서 오래 끓이면 흐물흐물해지니 조리 막바지에 넣는 게 좋다.

송이버섯, 굳이 볶고 끓이지 않아도 되는 이유
제목에 송이버섯을 앞세워 놓고 정작 레시피에서는 쏙 빠졌다고 의아하실 수도 있겠다. 이유는 단순한데, 송이버섯은 애초에 복잡한 조리를 거치지 않는 편이 더 맛있어서다. 100g에 만 원을 훌쩍 넘기는 가격도 있고, 열을 오래 가하면 특유의 솔향이 날아가 버린다. 결대로 손으로 죽죽 찢어서 소금 살짝, 혹은 참기름 1작은술에 천일염 한 꼬집 섞은 장에 찍어 생으로 먹는 게 정석으로 통한다. 굳이 조리하고 싶다면 두꺼운 팬에 기름 없이 30초씩만 앞뒤로 구워 향만 살짝 입히는 정도가 적당하다. 아래 전골에 형편이 되면 한두 조각 얹는 것도 방법이다.
이렇게 버섯마다 성향이 확연히 갈리다 보니, 손질법도 하나로 뭉뚱그릴 수가 없다. 그래서 자주 부딪히는 논쟁부터 짚고 넘어가야겠다.
버섯 손질법 — 씻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버섯은 씻으면 안 된다는 말, 요리 좀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꽤 자주 듣게 된다. 버섯이 스펀지처럼 물을 빨아들여서 씻으면 조리할 때 물이 흥건해지고 식감이 물러진다는 논리다. 실제로 표고나 새송이처럼 조직이 촘촘한 버섯은 물에 담가두면 확실히 축축해진다. 그런데 이걸 두고 무조건 씻지 말라고 하기엔 찜찜한 구석도 있다. 재배 환경에 따라 배지 부스러기나 흙이 붙어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요리사들이 쓰는 절충안은 이렇다. 마른 키친타월이나 부드러운 솔로 갓 표면의 이물질을 먼저 털어내고, 흙이 많이 붙은 부분만 흐르는 물에 10초 안팎으로 짧게 헹군 뒤 바로 물기를 닦아 조리하는 방식이다. 담가두거나 박박 문질러 씻는 건 피하되, 살짝 스치듯 헹구는 정도는 맛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요지다. 느타리버섯처럼 갈라진 결 사이에 이물질이 낄 수 있는 종류는 손으로 결을 찢어가며 확인하는 편이 낫다.
밑동 처리는 버섯마다 조금씩 다르다. 표고버섯은 대(자루) 밑부분이 나무처럼 딱딱하고 질기니 1cm 정도 잘라내고, 남은 대는 잘게 다져 볶음밥이나 만두소에 넣으면 버릴 게 없다. 새송이버섯은 밑동째 다 먹을 수 있어 따로 잘라낼 필요가 없고, 느타리버섯은 뭉쳐 자란 밑동 부분에 배지 찌꺼기가 남아있을 수 있어 2~3cm 정도 잘라내고 가닥가닥 찢어서 쓴다. 송이버섯은 갓과 대 모두 먹는데, 흙이 묻은 겉면만 칼등으로 살살 긁어내면 된다.
레시피 1. 표고버섯 소고기전골
국물이 당기는 계절엔 역시 전골이다. 4인 기준으로 표고버섯 200g, 느타리버섯 150g, 팽이버섯 1봉(150g), 소고기 불고기용 300g, 무 200g, 대파 1대, 양파 1/2개, 두부 1모, 쑥갓 한 줌을 준비한다. 육수는 다시마 5장과 무 200g, 대파 뿌리를 넣고 물 1.2L에서 15분 우려낸다.
소고기는 간장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후추 약간으로 밑간해 10분 재운다. 냄비 가장자리에 소고기, 표고버섯(모양대로 슬라이스), 느타리버섯(가닥으로 찢기), 무를 나박하게 썰어 돌려 담고 가운데는 비워둔다. 육수를 붓고 국간장 2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로 간을 맞춘 뒤 센 불에서 끓인다. 끓어오르면 두부와 대파, 양파를 넣고 중불로 5분 더 끓인다. 마지막에 팽이버섯과 쑥갓을 얹고 1분만 더 끓여 불을 끈다. 팽이버섯을 처음부터 넣으면 흐물흐물해지니 꼭 마지막에.

레시피 2. 느타리버섯 고추장볶음
밑반찬으로도, 밥 위에 얹어 비벼 먹기에도 좋은 메뉴다. 느타리버섯 300g은 밑동을 2cm 잘라내고 굵게 찢어 준비한다. 양념은 고추장 1.5큰술, 고춧가루 1큰술, 간장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올리고당 1큰술, 참기름 1큰술을 미리 섞어둔다. 팬에 식용유를 두르지 않고 버섯만 먼저 넣어 중센불에서 3분간 볶는다. 이 단계에서 물이 나오는데, 그 물이 거의 날아갈 때까지 계속 볶는 게 포인트다.
물기가 빠지면 식용유 1큰술을 두르고 다진 대파와 양파채 1/4개분을 넣어 1분 볶은 뒤 섞어둔 양념을 넣는다. 센 불에서 2분간 재빠르게 볶아 양념이 겉돌지 않고 버섯에 착 달라붙게 만든다. 불을 끄기 직전 통깨를 뿌리면 끝. 물기를 먼저 날리지 않고 양념부터 넣으면 자작한 국물 요리처럼 되어버리니 순서를 바꾸지 않는 게 낫다.

레시피 3. 버섯탕수
고기 없이도 탕수육 비슷한 식감을 낼 수 있냐고 물으면 새송이버섯으로 가능하다고 답하겠다. 새송이버섯 3개(약 300g)를 도톰하게 어슷 썰거나 한입 크기로 자른다. 튀김옷은 튀김가루 5큰술, 전분가루 3큰술, 물 5큰술, 소금 약간을 섞어 걸쭉하게 만든다. 버섯에 튀김옷을 골고루 입혀 170도 기름에서 3분, 한 번 건졌다가 180도로 올려 1분 더 튀기는 이중 튀김을 하면 겉이 훨씬 바삭해진다.
소스는 물 200ml, 식초 3큰술, 설탕 3큰술, 간장 1큰술, 케첩 1큰술을 냄비에 넣고 끓이다가 전분물(전분 1큰술+물 2큰술)로 농도를 맞춘다. 여기에 파프리카채, 양파채, 오이 슬라이스를 넣고 한소끔 끓여준 뒤 튀긴 버섯 위에 부어 낸다. 소스를 미리 버섯에 부어두면 눅눅해지니 먹기 직전에 끼얹는 게 중요하다.
레시피 4. 표고버섯 장아찌
가을에 표고버섯이 흔할 때 만들어 두면 겨우내 밑반찬 걱정을 던다. 마른 표고버섯 30개 또는 생표고 500g을 준비한다. 생표고를 쓸 경우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는 게 관건이라 채반에 널어 한나절 정도 꾸덕하게 말리면 좋다. 장아찌 국물은 간장 200ml, 물 200ml, 식초 100ml, 설탕 100g, 청양고추 2개, 마늘 5쪽, 통후추 약간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끓인 국물을 완전히 식힌 뒤 밀폐용기에 담은 버섯 위에 붓는다. 뜨거운 국물을 바로 부으면 버섯이 물러지므로 반드시 실온으로 식힌 뒤 붓는다는 점을 놓치기 쉬운데, 여기서 결과물이 갈린다. 냉장고 안에서 버섯은 시간이 지날수록 국물 속 수분과 자기 안의 수분을 맞바꾸는 삼투 과정을 거친다. 3일 정도면 간이 겉면부터 배어 먹기 좋고, 2주가 지나면 조직 안쪽까지 수분이 빠지면서 쫄깃하다 못해 꼬들한 식감으로 바뀐다. 한 달 안에 먹는 게 가장 맛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버섯을 냉동 보관해도 괜찮을까?
일단 씻지 않고 밑동만 정리한 뒤 소분해서 냉동하면 3~4주 정도는 향과 식감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해동하지 않고 냉동 상태 그대로 팬에 바로 넣어 조리해야 물이 덜 나온다.
Q. 표고버섯 기둥(대)도 먹을 수 있나?
먹을 수는 있지만 섬유질이 질겨서 그대로 씹기엔 불편하다. 잘게 다지거나 채 썰어 볶음밥, 만두소, 육수 재료로 쓰면 버릴 부분 없이 활용할 수 있다.
Q. 버섯 색이 변하거나 물러졌으면 상한 건가?
갓 표면이 살짝 어두워지는 정도는 자연스러운 산화라 문제없지만, 미끈거리거나 신 냄새가 나면 상한 신호이니 그 경우엔 먹지 않는 게 안전하다.
마무리하며
창문 열어놓고 저녁 준비하다 보면 선선한 바람이 부엌까지 들어오는 계절이다. 그 바람에 버섯 육수 냄새 한 번 얹어보면 가을이 좀 더 실감 난다. 이번 주말엔 마트에서 버섯 코너를 그냥 지나치지 말고 전골이든 볶음이든 한 번 해보시길. 표고버섯 장아찌처럼 만들어두면 오래가는 메뉴부터 시작하면 부담이 덜하다. 지난 가을 정리했던 가을 전어 요리 총정리와 가을 밤 요리 편도 함께 보면 이번 주 장바구니 계획 세우기가 한결 수월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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