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12월 5일 오후 2시 10분, 플로리다 포트로더데일 해군기지에서 뇌격기 다섯 대가 떴다. 조종사 아홉 명, 훈련병 다섯 명, 도합 열네 명. 항로는 단순했다. 동쪽으로 나갔다가 방향을 틀어 돌아오는 두 시간짜리 항법 훈련이었다. 그런데 오후 4시가 넘어가면서 관제탑 무전기에 낯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침반이 이상하다. 어느 쪽이 서쪽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다섯 대는 물론이고 이들을 찾으러 나갔던 구조기 한 대까지 통째로 사라졌다. 탑승자 27명은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잔해 한 조각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 오후 하나가, 전 세계를 수십 년간 홀린 ‘버뮤다 삼각지대’라는 이름의 시작이었다. 흔히 이 지역 얘기를 꺼내면 사람들은 UFO나 초자연 현상부터 떠올리는데, 사실 이 미스터리의 진짜 재미는 다른 데 있다.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전 기록, 항해일지, 유족 증언까지 상당히 자세히 남아있는데도, 여든 해가 지나도록 결론이 안 나는 이유가 따로 있다는 점이다.
플라이트 19, 마지막 교신은 이렇게 끝났다
편대장은 찰스 테일러 중위였다. 경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날따라 나침반 두 개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며 혼란스러워했다는 교신 기록이 남아있다. 대원들은 “플로리다 키스 상공인 줄 알았는데 바하마 같다”는 식으로 위치를 놓쳤고, 무전으로 오간 계산에 따르면 오후 6시 무렵 남은 연료로는 앞으로 한 시간 반 정도밖에 버틸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해는 이미 저물고 있었고, 바다 위에서 밤을 맞는다는 건 곧 착수(着水)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뜻이었다. 오후 7시 4분, 마지막으로 잡힌 교신에서는 잡음 섞인 목소리만 들렸다고 한다. 그 뒤로는 아무 신호도 없었다.
구조를 나간 PBM 마리너 비행정도 사라졌다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안 알려져 있다. 승무원 13명을 태운 이 비행정은 이륙 직후 근처를 지나던 상선에서 “하늘에서 폭발이 있었다”는 목격담이 나왔는데, 마리너 기종이 원래 연료 누출로 인한 폭발 사고가 잦았던 기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쪽은 오히려 설명이 되는 편이다. 문제는 다섯 대의 뇌격기 쪽이다. 미 해군은 공식 조사 보고서에서 “원인 불명”이라고 적었다가, 테일러 중위 유족의 항의를 받고 나서야 “조종사 과실 가능성”으로 슬쩍 수정했다.

그보다 27년 앞서, USS 사이클롭스호는 통째로 증발했다
플라이트 19가 유명하다 보니 이 사건이 버뮤다 삼각지대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진짜 원조는 따로 있다. 1918년 3월 4일, 미 해군 보급함 USS 사이클롭스호가 바베이도스를 떠나 메릴랜드주 볼티모어로 향했다. 배 위에는 승조원과 승객을 합쳐 306명이 타고 있었다. 함장은 조지 워싱턴 워를리였는데, 이 사람 자체가 좀 수상쩍은 인물이었다는 후일담이 많다. 평소 술버릇이 고약하고 선원들을 함부로 대해서 원성이 자자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고 직후부터 “혹시 선원들이 반란을 일으켜 함장을 바다에 던져버리고 다른 항구로 도망친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았는데, 이 역시 뒷받침할 증거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배는 볼티모어에 도착하지 않았다. 조난 신호 한 번 없이, 잔해 하나 없이 그냥 사라져 버렸다. 306명이 한꺼번에 실종된 이 사건은 지금까지도 미 해군 역사상 전투와 무관한 최대 인명 손실 사고로 남아있다. 1918년이면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라 독일 U보트의 어뢰 공격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었는데, 정작 전후 독일 해군 기록을 다 뒤져봐도 이 배를 공격했다는 기록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적의 소행도 아니고, 폭풍 기록도 그날따라 딱히 없었다는 뜻이다. 반란설도, 공격설도 아니라면 남는 건 결국 배 자체의 문제인데, 사고 직전 검사 기록을 보면 이 배는 원래 최대 적재량보다 훨씬 많은 망간 광석을 싣고 있었다. 무게 중심이 흐트러진 배가 거친 파도 한 번에 그대로 뒤집혔을 가능성이 지금은 가장 설득력 있는 추정으로 꼽힌다.
더 이상한 건 따로 있다. 사이클롭스호와 거의 똑같은 항로, 거의 똑같은 화물을 실었던 자매함 두 척이 훗날 2차 세계대전 시기에 역시 같은 해역 근처에서 흔적 없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우연이라기엔 지나치게 반복적이라 당시 언론이 대서특필했고, 이게 버뮤다 삼각지대라는 개념이 대중 사이에 퍼지는 데 한몫했다.

그런데 통계로 보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여기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버뮤다 삼각지대가 다른 바다보다 유독 사고가 많은 구역이냐고 물으면, 놀랍게도 답은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에 가깝다. 미국 해안경비대와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이 지역을 공식 명칭으로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두 기관 모두 “다른 대양 항로와 비교했을 때 이례적으로 사고가 많다는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서 밝혀왔다.
1975년, 미국의 도서관 사서였던 래리 쿠시라는 인물이 이 문제를 아예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벌어졌다고 알려진 실종 사고 목록을 하나하나 원본 기록까지 추적한 것이다. 결과는 꽤 허탈했다. 상당수는 애초에 삼각지대 밖에서 벌어진 사고였고, 일부는 날짜나 좌표 자체가 잘못 인용되고 있었으며, 몇몇은 나중에 다른 지역에서 생존자가 발견됐는데도 계속 ‘실종’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미스터리의 절반쯤은 사실관계 자체가 부정확했던 셈이다.
그렇다고 이 해역이 아무 위험도 없는 평범한 바다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 지역엔 멕시코만류라는 세계에서 손꼽히게 강한 해류가 흐르는데, 시속 6~8km에 달하는 이 흐름은 작은 배 한 척을 몇 시간 만에 원래 항로에서 수십 km나 밀어낼 만큼 힘이 세다. 항해 도중 위치를 잘못 계산했다가는 순식간에 엉뚱한 좌표에 가 있게 된다는 뜻이다. 여기에 갑작스러운 열대성 폭풍이나 워터스파우트(바다 위 회오리)가 툭하면 발생하고, 해저 지형도 얕은 여울과 3천m 넘는 깊은 해구가 뒤죽박죽 섞여 있다. 게다가 이 근방은 취미 삼아 요트를 몰거나 소형 비행기를 조종하는 초보자들의 통행량이 유난히 많은 구역이기도 하다. 2016년 미국 해안경비대 통계에 따르면 이 해역에서 발생한 사고의 약 82%가 정식 항해·비행 훈련을 받지 않았거나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관련된 경우였다. 결국 신비한 힘보다는, 조건 자체가 실수를 저지르기 딱 좋게 갖춰진 바다라고 보는 편이 맞다.
메탄 하이드레이트설 — 그럴듯한데 증명은 안 된다
과학적으로 가장 자주 인용되는 가설은 메탄 하이드레이트 폭발설이다. 해저에는 저온·고압 상태에서 얼음처럼 굳어 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라는 물질이 대량으로 매장돼 있는데, 수온이 오르거나 지진 같은 지각 변동이 생기면 이게 갑자기 불안정해지면서 거대한 메탄 가스 기포를 뿜어낼 수 있다는 이론이다. 2010년 호주의 조지프 모니건 교수가 이 내용을 논문으로 정리해 발표하면서 다시 화제가 됐다.
원리 자체는 물리적으로 말이 된다. 대량의 가스 기포가 수면 위로 솟구치면 그 부분 바닷물의 밀도가 순간적으로 뚝 떨어진다. 배는 이 급감한 부력을 견디지 못하고 마치 거품 목욕물에 가라앉듯 빠르게 침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르웨이 실험실에서 축소 모형으로 재현했을 때 비슷한 현상이 관찰되기도 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지질학자들이 이 해역 해저를 조사한 결과, 최근 1만 5천 년 사이에 그 정도 규모의 메탄 분출이 있었다는 지질학적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실험실에서 되는 일이 실제 바다에서, 그것도 선박이 지나가는 딱 그 시점에 반복적으로 일어났다는 증거는 결국 하나도 못 찾은 셈이다. 그럴듯한 이야기지만 증명된 이야기는 아니라는 얘기다.
나침반이 미쳐버리는 구역이라는 자기장 이상설
플라이트 19의 마지막 교신에서 테일러 중위가 “나침반이 이상하다”고 말했다는 대목, 앞에서 잠깐 언급했는데 이게 또 다른 가설의 출발점이다. 버뮤다 삼각지대는 지구상에서 몇 안 되는 ‘진북(眞北)’과 ‘자북(磁北)’이 정확히 일치하는 구역, 이른바 무편각선(agonic line)이 지나는 지점 중 하나다. 대부분의 항해사와 조종사는 나침반이 가리키는 자북과 지도상의 진북 사이에 오차가 있다는 걸 전제로 계산해서 항로를 잡는다. 그런데 이 구역에서는 그 오차가 0에 가까워서, 평소 습관대로 보정 계산을 해버리면 오히려 항로가 어긋난다.

듣기엔 그럴듯한데, 이것도 결정타는 못 된다. 무편각선은 지구 자전축 이동에 따라 시대별로 조금씩 위치가 바뀌긴 해도 지금도 미국 오대호 근처나 남태평양 일부 등 지구 곳곳을 지나는데, 그 지역들에서 유독 실종 사고가 몰린다는 통계는 없다. 결국 이 가설은 “초보 항법사가 헷갈리기 쉬운 조건이 갖춰진 곳”이라는 정도의 설명력만 갖는다. 신비한 자기장 이상이라기보다는, 지도 읽는 습관과 실제 지형이 어긋나는 함정에 가깝다는 뜻이다.
결국 가장 재미없는 설명이 가장 유력하다
메탄도, 자기장도 결정타가 못 된다면, 초자연적 상상을 걷어내고 남는 진짜 원인은 뭘까. 여러 가설을 다 훑고 나면 김이 좀 빠질 수도 있는데, 전문가 대다수가 동의하는 결론은 사실 특별할 게 없다. 악천후, 항법 실수, 정비 불량, 그리고 이 세 가지가 겹치는 불운. 플라이트 19도 결국 편대장의 방향 착각에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가 겹치고, 밤이 되면서 연료가 바닥난 상황이 포개진 사고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이클롭스호 역시 과적 상태였다는 기록이 남아있고, 사고 전날 갑작스러운 기계 결함으로 엔진 하나가 멈췄다는 항해일지도 있었다.
그런데도 이 설명이 잘 안 먹히는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운이 나빴다”는 답보다 “뭔가 숨겨진 원리가 있다”는 답을 훨씬 더 좋아한다. 심리학에서는 이걸 패턴 추구 성향이라고 부르는데, 무작위로 벌어진 사건들 사이에서도 굳이 연결고리를 찾아내려는 인간의 본능적 습성이다. 1974년 찰스 벌리츠라는 작가가 쓴 책 《버뮤다 삼각지대》가 500만 부 넘게 팔리면서 이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굳어졌는데, 정작 이 책에 인용된 사례 상당수가 훗날 부정확하거나 과장됐다는 게 밝혀졌다. 흥미로운 건 이야기가 한번 자리 잡고 나면, 반박 자료가 아무리 쌓여도 원래 이미지가 잘 안 지워진다는 점이다.

우리가 오래 붙잡고 있는 미스터리에는 공통된 재료가 있다. 무전 기록이나 항해일지처럼 ‘확실한 사실 조각’이 있고, 그 조각들을 하나로 이어줄 ‘결정적 증거의 빈틈’이 있고, 그 빈틈을 메우는 건 결국 사람들의 상상력이라는 점이다. 예전에 다뤘던 로즈웰 UFO 사건도 똑같은 얼개였다. 실제 잔해는 있었고, 공식 발표는 여러 번 바뀌었고, 그 사이 공백을 대중의 상상력이 메웠다. 버뮤다 삼각지대도 마찬가지다. 사라진 사람과 배는 실제로 있었다. 다만 그 이유가 초자연적이지 않다는 게, 어쩌면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결론일지도 모른다.
자주 묻는 질문
버뮤다 삼각지대는 지도에 정식으로 표시된 구역인가요?
아니다. 플로리다, 버뮤다 제도, 푸에르토리코 세 지점을 잇는 대략적인 삼각형 해역을 가리키는 대중적 명칭일 뿐, 미국 지명위원회(BGN)나 NOAA 어디에도 공식 경계선으로 등록돼 있지 않다. 그래서 책이나 다큐멘터리마다 삼각형의 범위가 조금씩 다르게 그려지는 경우도 흔하다.
플라이트 19의 잔해는 정말 하나도 못 찾았나요?
공식적으로는 그렇다. 사고 직후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가 며칠에 걸쳐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지만 기름띠 하나 발견하지 못했다. 이후 수십 년간 다이버와 민간 탐사팀이 근처 해저에서 TBM 어벤저 기종 잔해를 여러 차례 찾아내 “드디어 발견했다”는 뉴스가 나온 적은 있는데, 정밀 조사 결과 기체 일련번호가 달라 전혀 다른 훈련기 사고로 밝혀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메탄 가스가 실제로 배를 가라앉힐 만큼 위험한가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게 실험으로 확인됐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실험실 축소 모형 얘기다. 실제 대양에서, 그것도 선박이 지나가는 순간에 맞춰 그런 규모의 분출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지질학적 근거는 아직 나온 게 없다. 그러니 이 가설을 근거로 특정 항로가 위험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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