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영금정에서 시작하는 이유
새벽 6시에 알람이 울렸다. 속초 여행인데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야 하나 싶겠지만, 영금정에서 보는 일출을 놓치면 그날 일정 전체가 밋밋해진다. 숙소에서 차로 5분, 걸어서는 15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라 부담도 없다. 파도가 부딪히는 정자 위에 서서 수평선이 붉어지는 걸 보고 있으면, 전날 밤 고속버스에서 시달린 피로가 어느 정도 풀린다.
영금정은 사실 규모로 보면 5분이면 다 둘러본다. 그런데 여기서 시간을 아꼈다고 딱히 이득은 아니다. 바로 옆 동명항과 등대전망대까지 묶어서 걸으면 20~30분 코스로 딱 알맞다. 주차는 영금정 인근 공영주차장(속초등대해변 주차장)을 이용하면 되는데, 성수기 오전에는 자리가 금방 차니 8시 전에 도착하는 걸 추천한다.

속초해수욕장, 스쳐 지나가기엔 아까운 30분
영금정에서 나와 남쪽으로 5분만 걸으면 속초해수욕장이 나온다. 여름 성수기가 아니면 물놀이 인파는 없고, 이른 아침엔 조깅하는 주민 몇 명만 보인다. 백사장을 따라 걷다 보면 저 멀리 설악산 능선이 보이는데, 이게 은근히 이날의 하이라이트를 예고하는 장면이라 사진 찍기에도 좋다.
여기서 발이 묶이면 안 된다. 30분만 걷고 다음 장소로 넘어가야 오후 일정이 꼬이지 않는다. 해수욕장은 24시간 개방에 입장료도 없으니, 아침이든 저녁이든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곳이라는 점만 기억해두자.
아바이마을, 갯배 타고 건너는 옛 피란촌
갯배부터 타야 진짜다
속초 여행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아바이마을을 차로 돌아 들어가는 거다. 그러면 이 여행의 절반이 사라진다. 청초호 쪽 나루터에서 갯배를 타야 진짜 아바이마을 여행이 시작된다. 요금은 어른 편도 500원, 이렇게 저렴해도 되나 싶을 정도인데 실제로 그렇다. 배는 모터 없이 쇠줄을 손으로 당겨서 건너가는 방식이라, 관광객도 직접 줄을 당겨볼 수 있다. 승선 정원은 32명이고 5월부터 10월까지는 새벽 5시부터 밤 11시까지, 겨울철은 조금 짧게 운영된다.
건너는 시간은 고작 2~3분. 그런데도 이 짧은 순간이 아바이마을 여행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다는 사람이 많다. 아이들은 신나서 몇 번씩 왕복하기도 한다.
아바이순대 한 그릇, 그리고 골목
마을에 들어서면 함경도 실향민들이 정착하며 만든 순대 골목이 나온다. 아바이순대는 피가 아니라 오징어순대와 함께 유명한데, 막상 먹어보면 예상보다 담백하다. 매콤한 순대볶음을 기대했다면 살짝 의외일 수도 있다. 골목 안쪽 벽화와 옛날 사진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30~40분 정도가 훌쩍 지나간다. 아침 겸 이른 점심으로 여기서 순대 한 그릇 먹고 나오는 게 동선상 가장 효율적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예약 없이 당일 현장 구매만
이동과 대기, 생각보다 변수가 많다
아바이마을에서 설악산 소공원까지는 차로 20분 안팎. 여기서부터가 이날 일정의 관건이다. 케이블카 예약이 안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왔다가 당황하는 사람들을 여럿 봤다. 설악 케이블카는 기상 상황에 따라 운행 중단이 잦아서 사전 예약 자체를 운영하지 않는다. 매표소 도착 후 현장에서 표를 사야 하고, 성수기 주말엔 대기가 1시간을 넘기기도 한다. 그러니 오전 11시 전에는 소공원에 도착해서 표를 끊는 게 안전하다.
요금은 중학생 이상 왕복 16,000원, 만 65세 이상은 성수기와 단풍철을 제외하고 14,000원으로 할인된다. 운행시간은 계절마다 달라서 이날그날 홈페이지 첫 화면에 뜨는 시간을 확인하는 게 확실하다.
권금성 정상, 왕복 10분인데 왜 다들 오래 머물까
케이블카 자체는 편도 5분, 왕복으로 치면 10분이면 끝난다. 이렇게 짧은데 다들 정상에서 40분, 1시간씩 머문다. 이유는 간단하다. 권금성 전망대에 올라서면 속초 시내와 동해 바다가 한눈에 펼쳐지는데, 이 풍경 앞에서 발걸음이 안 떨어진다. 날씨가 맑으면 청초호와 영랑호까지 구분돼서 보인다. 정상 산책로를 따라 한 바퀴 도는 데 20~30분이면 충분하니, 하산까지 포함해서 1시간 반 정도를 잡아두면 무난하다.

중앙시장, 하루의 마무리는 닭강정으로
설악산에서 내려와 점심 겸 간식을 해결할 시간이다. 중앙시장(정식 명칭은 속초관광수산시장)은 순대 골목, 젓갈 골목, 그리고 요즘 제일 유명한 닭전 골목으로 나뉜다. 닭강정 원조 논쟁이 있는 몇몇 가게는 웨이팅이 길어서, 줄이 짧은 곳을 골라 들어가는 게 시간 관리에 낫다. 뼈닭강정과 순살 기준 가격은 19,000원에서 21,000원 사이. 두세 명이 먹기에 한 마리면 충분하다.
시장 안을 걷다 보면 오징어순대, 회, 튀김까지 온갖 냄새가 겹쳐서 정신이 없다. 그런데 이게 또 속초 시장 특유의 매력이라 싫지가 않다. 포장해서 숙소나 집으로 가져가기 좋은 메뉴가 많으니, 당일치기라면 여기서 저녁거리까지 챙기는 사람도 많다. 시장 운영시간은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 점심 시간대가 가장 붐빈다.
이 동선, 실제로 하루에 다 되나
정리하면 영금정 일출(30분) → 속초해수욕장 산책(30분) → 아바이마을 갯배와 순대(1시간) → 설악산 케이블카 이동·대기·관람(2시간~2시간 반) → 중앙시장 식사와 쇼핑(1시간~1시간 반)까지, 새벽 6시에 시작하면 오후 3~4시쯤 여유 있게 끝난다. 물론 성수기 주말에 케이블카 대기가 길어지면 30분에서 1시간 정도 밀릴 수 있으니, 그 여유분은 미리 감안해두는 게 마음 편하다.
자주 묻는 질문
설악산 케이블카는 미리 예약해야 하나요?
아니다. 설악 케이블카는 날씨에 따라 운행이 자주 바뀌는 특성 때문에 사전 예약 제도 자체가 없다. 현장 매표소에서 당일 구매만 가능하니, 성수기라면 오전 일찍 도착해서 줄을 서는 게 대기 시간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아바이마을과 설악산 소공원 사이 이동, 차 없이도 가능한가요?
대중교통으로도 가능하지만 배차 간격이 넓어서 시간 손실이 크다. 렌터카나 택시를 이용하면 20분 안쪽으로 끝나는 거리라, 당일치기 일정을 촘촘히 짤 계획이라면 차량 이동을 권한다.
주차는 어디에 하는 게 편한가요?
영금정 일대는 속초등대해변 공영주차장, 아바이마을은 갯배 나루터 인근 주차장, 설악산은 소공원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다만 세 곳 모두 성수기 오전 10시 이후로는 자리가 빠르게 차는 편이라, 이른 시간대 이동이 전체 동선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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