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점수 관리, 이 습관 하나로 확 떨어진다 — 4050대가 모르고 저지르는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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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셋째 주 화요일, 마포구에 사는 47세 김모 씨는 아파트 담보대출을 갈아타려고 은행 창구에 앉았다가 순간 말문이 막혔다. 6개월 전만 해도 890점대였던 신용점수가 780점대로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연체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대출을 새로 받은 적도 없었다. 그가 한 일이라곤 “카드 정리 좀 해야겠다”며 15년 넘게 쓰던 카드 두 장을 해지한 것뿐이었다. 창구 직원 말로는 이 110점 차이 때문에 우대금리 구간에서 밀려나 대출 금리가 연 0.4%p 넘게 올라가고, 신청 한도도 2천만 원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꺼내면 “카드 해지한다고 점수가 그렇게 크게 떨어지냐”고 되묻는 사람이 많다. 의외로 많다. 그런데 이게 4050대에서 유독 자주 벌어지는 실수다. 20대나 30대 초반은 카드 발급 이력 자체가 짧아서 해지해도 타격이 크지 않은데, 40대 후반에서 50대는 다르다. 오래 써온 카드일수록, 그 카드 하나가 신용평가 점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크다.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손

왜 오래된 카드를 해지하면 점수가 떨어질까

나이스지키미와 코리아크레딧뷰로, 이 두 곳이 국내 개인 신용점수를 산출하는 대표적인 신용평가사다. 두 회사 모두 평가 항목에 “신용거래기간”을 넣는데, 쉽게 말해 얼마나 오랫동안 꾸준히 금융거래를 해왔느냐를 본다는 뜻이다. 15년 된 카드를 해지하면 그 15년치 거래 이력이 통째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평가 시점에서 “현재 살아있는 계좌의 평균 나이”가 뚝 떨어진다. 계좌 다섯 개의 평균 나이가 12년이었는데 그중 가장 오래된 하나를 빼는 순간 평균이 7~8년대로 주저앉는 식이다.

문제는 4050대가 인생의 중대사를 앞두고 이런 재정 다이어트를 감행할 때 터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상담 사례를 보면 결혼 자금이나 자녀 유학비 마련을 앞두고 “혹시 몰라서” 신용 상태를 깨끗이 하겠다며 카드를 몰아서 해지했다가, 정작 필요한 시점에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벌써 그런 상담이 늘고 있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그럼 카드는 무조건 오래 들고 있어야 하나” 싶겠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여러 장을, 그것도 오래된 순서대로 한꺼번에 정리하는 습관이다.

4050대가 유독 더 저지르는 이유

이 연령대는 카드가 많다. 자녀 학자금 카드, 회사 법인카드에서 전환된 개인카드, 20년 전 첫 직장 들어가면서 만든 카드까지 서너 장씩은 기본으로 갖고 있다. 여기에 마이너스통장까지 하나 끼어 있으면 얘기가 더 복잡해진다. 자녀 결혼자금이 필요해서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줄이거나 아예 해지하는 경우도 흔한데, 이것도 같은 원리로 점수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한도 3천만 원짜리 마이너스통장을 실제로는 200만 원만 쓰고 있었다면, 이용률로 따지면 7%도 안 되는 아주 건전한 수치다. 그런데 한도 자체를 500만 원으로 줄여버리면 같은 200만 원을 써도 이용률이 40%로 확 뛰어버린다. 한도를 다 쓰지도 않으면서 “혹시 몰라 유지”하는 게 오히려 유리하다는 걸 모르고 스스로 이용률을 악화시키는 셈이다.

계산기와 현금으로 가계부 정리하는 모습

“카드 여러 장 있으면 오히려 관리가 안 돼서 안 좋은 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그건 연체나 과다 사용 얘기지, 계좌 수 자체와는 결이 다른 문제다. 정작 훨씬 치명적인 건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를 반복해서 쓰는 습관이다. 단기 자금이 급하게 필요한 사람으로 분류되면서 위험 가중치가 붙는데, 40대 후반부터 사업자금이나 자녀 교육비 때문에 현금서비스를 서너 달 연속으로 끊어 쓰다가 신용점수가 100점 넘게 빠지는 사례도 실제로 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이 사람 현금이 급하게 마른다”는 신호로 읽히기 때문에, 금액이 크지 않아도 반복 자체가 감점 요인이 된다.

그럼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일단 오래 쓴 카드는 웬만하면 살려두는 게 낫다. 다만 연회비가 아깝다면 해지 대신 최소 사용으로 돌리는 방법도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1) 오래된 카드는 해지 대신 1년에 한두 번, 커피 한 잔이라도 결제해서 거래 이력을 살려둔다. 2) 카드 한도 대비 실제 사용 비율은 30% 안쪽으로 맞춘다. 한도가 1,000만 원이면 매달 실제로 긁는 금액은 300만 원을 넘기지 않는 식이다. 한도 200만 원짜리 카드를 180만 원씩 채워 쓰면 아무리 연체가 없어도 점수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3) 카드를 정리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오래된 카드가 아니라 최근에 만든 휴면 카드부터 없앤다.

자동이체도 생각보다 힘이 세다. 통신비, 공공요금, 국민연금 같은 항목까지 성실 납부 이력으로 반영되는 구조로 바뀐 지 꽤 됐는데, 이걸 모르고 그냥 종이 고지서로 내는 4050대가 여전히 많다. 어차피 매달 나가는 고정 지출이라면, 자동이체로 등록해서 성실 납부 이력을 차곡차곡 쌓는 게 가장 손이 덜 가는 재테크인 셈이다. 큰 노력 없이 점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인데도, 바쁜 일상에 치이다 보면 이런 사소한 설정 하나를 놓치고 지나가기 쉽다.

신용점수를 자주 조회하면 점수가 떨어진다는 얘기도 여전히 돌아다니는데, 이건 오래된 오해다. 본인이 나이스지키미나 올크레딧 홈페이지에서 직접 조회하는 건 점수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혹시 떨어질까 봐” 몇 년째 자기 점수를 한 번도 확인 안 해본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조회를 안 하니 언제 점수가 떨어졌는지, 왜 떨어졌는지도 모르고 지나가게 된다. 4개월에 한 번씩, 연 3회까지는 무료로 조회할 수 있으니 최소한 반기에 한 번은 확인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은행 거래 명세서를 검토하는 모습

대출 상담 앞두고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

대출이나 카드론 상담을 앞두고 있다면 상담 최소 서너 달 전부터는 카드 해지, 신규 카드 발급, 마이너스통장 한도 조정 같은 걸 건드리지 않는 게 낫다. 신용점수는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게 아니라 일정한 주기를 두고 갱신되기 때문에, 급하게 정리한다고 당장 점수가 좋아지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단기간에 계좌 변동이 몰리면 평가 알고리즘 입장에서는 “이 사람 신용 상태에 뭔가 변화가 생겼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이사나 이직처럼 큰 이벤트를 앞두고 있을 때는 신용 관련 행동을 최대한 조용히 가져가는 게 맞다. 김모 씨 사례처럼, 정작 대출이 급한 시점에 “정리”가 발목을 잡는 경우가 생각보다 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 카드를 해지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어떤 카드부터 정리해야 하나요?
오래 쓴 카드보다는 최근에 발급받고 거의 안 쓰는 카드, 혹은 연회비만 나가는 휴면 카드부터 정리하는 게 낫다. 15년, 20년 된 카드는 웬만하면 마지막까지 남겨두는 편이 신용거래기간 유지에 도움이 된다.

Q. 마이너스통장을 아예 안 쓰는데 한도만 유지하고 있어도 괜찮나요?
쓰지 않고 한도만 유지하는 건 이용률 계산에서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은행에 따라 미사용 한도가 오래 지속되면 자체적으로 한도를 축소하는 경우도 있으니, 1년에 한두 번은 소액이라도 사용해서 계좌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방법이다.

Q. 신용점수가 갑자기 떨어졌는데 원인을 도저히 못 찾겠어요.
나이스지키미나 올크레딧 홈페이지에서 신용점수 변동 이력과 사유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최근 3~6개월 사이 해지한 카드나 계좌, 신규 대출 여부, 연체 이력을 순서대로 짚어보면 대부분 원인이 나온다. 그래도 원인이 불분명하면 해당 신용평가사 고객센터에 이의제기를 접수해 직접 확인해보는 게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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