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40분, 충무동 새벽시장 골목 어귀에 있는 국밥집 문을 밀고 들어가자 이미 자리 절반이 차 있었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소주 한 잔 걸치는 어판장 아저씨들, 첫차를 타기 전 뜨끈한 국물로 속을 채우는 상인들뿐이었다. 관광객은 한 명도 없었다. 자갈치시장이라고 하면 다들 건물 2층 회센터나 근처 씨앗호떡 노점을 떠올리지만, 정작 이 상권을 매일 먹여 살리는 밥집들은 큰길에서 골목 하나만 꺾어도 나오는 좁은 뒷길에 숨어 있다.
충무동 새벽시장길, 해장국 한 그릇의 무게
자갈치역 7번 출구에서 공동어시장 방향으로 3분쯤 걸으면 나오는 이 골목은 지도 앱에 상호가 제대로 뜨지도 않는다. 골목 중간쯤 있는 동남식당은 새벽 4시에 문을 열어 낮 1시면 닫는다. 대표 메뉴는 돼지국밥 8000원과 선지해장국 9000원. 국물은 전날 저녁부터 우려서 다음날 새벽 장사를 준비하는데, 주인 할머니는 회 뜨는 사람들이 새벽에 속을 채워야 손이 안 떨린다고 했다. 테이블이 여섯 개뿐이라 7시가 넘으면 줄을 서야 한다.

건어물골목 지나 왼쪽, 곰장어 포장마차
자갈치시장 본 건물 뒤편, 건어물을 파는 상점들이 늘어선 골목을 지나 왼쪽으로 꺾으면 천막을 친 포장마차 서너 개가 보인다. 그중 희망포차는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만 영업하는데 연탄불에 구운 곰장어 한 접시가 15000원이다. 회센터 쪽 가격표보다 절반 가까이 저렴하다. 사장님은 젊었을 때 자갈치 공판장에서 중매인으로 일했다고 하는데, 그날 들어온 물건 상태에 따라 메뉴판에 없는 조개구이를 그냥 얹어주기도 한다. 카드 단말기가 없어 현금이나 계좌이체만 받는다.

활어회, 시장 상인들이 진짜 가는 집
자갈치시장 2층 회센터에서 회를 뜨고 옆 식당에 자릿세를 내고 먹는 방식은 관광객들에게 익숙하다. 그런데 상인들은 정작 시장 뒤편 골목의 남선횟집을 더 많이 찾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 집은 회센터를 거치지 않고 직접 어판장에서 물건을 받아 자릿세를 따로 안 받는 구조다. 광어 한 접시 4만원부터 시작하고 매운탕은 서비스로 나온다. 저녁 7시쯤 가면 자리가 없을 때가 많아서, 개인적으로는 평일 오후 4시쯤 일찍 가는 걸 추천한다. 나도 처음엔 이걸 몰라서 30분 넘게 밖에서 기다린 적이 있다.

남포동 쪽으로 넘어가는 국수 한 그릇
자갈치시장에서 남포동 방향으로 걷다 보면 나오는 좁은 골목에, 간판도 없이 “잔치국수”라고만 써 붙인 가게가 있다. 정식 상호는 순자네인데 다들 그냥 골목 이름을 붙여 부른다. 멸치육수 잔치국수가 4000원, 비빔국수가 4500원이다. 점심시간에는 시장 상인들이 그릇을 들고 서서 먹기도 한다. 회전이 빨라서 낮 12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는 테이블이 두 번은 바뀐다.
개인적으로 이 동네를 처음 알게 된 건 2019년 겨울, 부산 사는 친구를 따라 새벽 배웅을 나갔다가였다. 그때 얻어먹은 국밥 한 그릇 맛이 지금도 생생하다. 관광지에서 파는 음식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시장이 진짜 살아 움직이는 시간대에 가야만 보이는 풍경이 따로 있다는 거다. 다른 지역 로컬 밥집이 궁금하다면 전주 한옥마을 맛집 리스트도 함께 참고할 만하다.
FAQ
Q1. 자갈치시장 뒷골목 맛집들은 몇 시에 가는 게 가장 좋나요?
A1. 동남식당은 새벽 5시부터 7시 사이가 가장 붐비니 그 전인 4시 반쯤이 오히려 여유롭다. 회를 조용히 먹고 싶으면 남선횟집은 평일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가 낫다. 주말 저녁 7시 이후에는 자리가 없어 20분에서 30분은 기다려야 한다.
Q2.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곳도 있나요?
A2. 희망포차 같은 포장마차는 카드 단말기가 없어 현금이나 계좌이체만 받는다. 3만원에서 4만원 정도 현금을 미리 챙겨두면 편하다. 동남식당과 순자네는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
Q3. 자갈치역에서 걸어서 다 돌 수 있나요?
A3. 가능하다. 자갈치역 7번 출구에서 동남식당까지 도보 3분, 거기서 희망포차와 남선횟집까지 각각 5분 이내다. 순자네까지는 남포동 방향으로 10분쯤 더 걸으면 된다. 저녁 한나절 코스로 묶어도 무리 없는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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