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2박3일 가족여행 코스, 오름과 흑돼지로 짠 알짜 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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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협재해수욕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마자 여덟 살 둘째가 신발도 벗지 않고 모래밭으로 뛰어갔다. 첫째는 편의점에서 산 죠스바를 입에 문 채 “오늘 오름 두 개 올랐는데 다리 하나도 안 아파”라며 웃었다. 지난 7월 말, 두 아이와 함께 2박3일 동안 제주를 돌면서 짜 본 동선이다. 이동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하루에 명소 3~4곳만 넣었더니 아이도 어른도 마지막 날까지 지치지 않았다.

왜 반시계 방향 루프인가

제주공항은 제주시 서쪽에 있다. 첫날 서부로 나가서 협재·애월권에서 하루를 묵고, 둘째 날 남쪽을 거쳐 동쪽 구좌·성산권으로 넘어간 뒤, 마지막 날 아침 동부 해변을 즐기고 공항으로 복귀하는 흐름이다. 동서를 하루에 오가는 코스는 편도로만 1시간 20분 넘게 걸려서 아이 낮잠 시간까지 차 안에서 날려버리기 쉽다. 숙소는 첫날 애월, 둘째 날 성산 근처로 잡았다.

1일차 — 새별오름과 협재 노을

오전 11시 제주공항 도착, 렌터카 수령까지 30분. 제주시내에서 흑돼지로 이른 점심을 먹고 서쪽으로 이동한다. 새별오름은 편도 20분이면 정상에 닿는 낮은 오름이라 유치원생도 어른 손을 잡고 오를 만하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억새밭과 한라산 능선을 보면 아이들도 잠깐은 조용해진다.

제주 오름 억새밭과 한라산 풍경

오후 4시쯤 협재해수욕장에 도착해 두 시간 정도 물놀이를 한다. 수심이 완만해서 초등 저학년도 튜브 없이 발목까지 들어갈 수 있는 구간이 넓다. 근처 협재솥(한림읍 한림로 354, 오전 10시~오후 9시, 목요일 휴무)은 해변이 통유리로 보이는 자리가 있어 저녁 예약을 걸어두면 좋다. 흑돼지 두루치기와 전복 솥밥을 더해 4인 기준 9만원 안팎이 나왔다.

2일차 — 따라비오름에서 성읍민속마을까지

애월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남쪽 표선 방향으로 이동한다. 따라비오름은 능선이 세 갈래로 갈라져서 걷는 재미가 있는데, 편도 25분에 경사가 완만해 유모차는 어렵지만 초등학생은 무난하다. 능선마다 색이 다른 억새가 펼쳐져서 사진 찍느라 예상보다 시간이 더 든다.

점심은 성읍민속마을 인근에서 먹고, 오후에는 마을 안 돌담길을 40분쯤 걸었다. 실제 주민이 사는 초가집 사이를 지나는 코스라 입장료 없이 제주 옛 생활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다. 아이가 지루해할까 걱정했는데 흑돼지를 키우던 통시(전통 화장실 겸 돈사) 구조를 보더니 오히려 질문이 끝없이 이어졌다. 저녁에는 동쪽으로 넘어가 성산 근처 숙소로 들어간다.

3일차 — 월정리 해변과 만장굴

체크아웃 전 아침 산책 삼아 월정리해수욕장 카페거리를 걷는다.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며 30분만 걸어도 아이들 컨디션이 확 올라온다. 점심은 도민상회(구좌읍 행원로1길 32-3, 매일 오전 11시~오후 11시)에서 흑돼지를 먹었는데, 저녁이면 웨이팅이 길다는 말을 듣고 낮 12시 전에 갔더니 대기 없이 바로 앉았다.

협재 흑돼지 구이 상차림

비행기 시간이 넉넉하면 만장굴을 30~40분 코스로 다녀올 만하다. 동굴 안은 여름에도 서늘해서 아이들이 더위를 식히기 좋고, 조명이 낮은 구간이 있어 손을 꼭 잡고 걸어야 한다. 공항까지는 만장굴에서 40분 정도로, 오후 5~6시 비행기 기준이면 시간이 빠듯하지 않다.

제주 협재해수욕장에서 노는 아이들

자주 묻는 질문

비 오는 날에는 어떻게 하나요

오름과 해변 일정을 오설록 티뮤지엄이나 유리의성 같은 실내 체험형 장소로 바꿔둔다. 두 곳 다 주차가 넓고 카페 공간이 있어 비를 피하면서 한 시간은 거뜬히 채운다. 성읍민속마을은 처마 아래로 이동하며 볼 수 있는 구간이 많아 우산만 챙기면 소나기 정도는 버틸 만하다.

오름은 몇 살부터 데려가도 괜찮나요

새별오름과 따라비오름 정도의 낮은 오름은 만 4~5세부터 어른이 손을 잡아주면 가능했다. 다만 유모차는 두 곳 모두 흙길이라 접어서 들고 가야 한다. 정상 부근은 바람이 세니 얇은 겉옷 하나는 꼭 챙기는 게 좋다.

렌터카 없이도 이 코스가 가능한가요

대중교통만으로는 오름과 해변을 하루에 묶기 어렵다. 버스 배차 간격이 30분~1시간이라 이동만으로 반나절이 사라질 수 있어서, 아이를 동반한다면 렌터카를 기본으로 잡고 카시트를 미리 요청해두는 편이 마음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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