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방에 누워 막 잠을 청하려던 순간, 어디선가 “삐-” 하는 가느다란 소리가 들려온다. 처음엔 옆집 전자기기 소리인가 싶어 귀를 기울여보지만, 창문을 닫고 스위치를 다 꺼도 소리는 그대로다. 45세 직장인 김모씨는 그날 밤 처음으로 “이 소리, 혹시 내 귀 안에서 나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다.
이런 경험은 40~50대에서 드물지 않다. 건강보험 진료 통계를 보면 이명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 중 상당수가 50대 이상이고, 그중에서도 여성 비중이 눈에 띄게 높다는 자료가 나온다. 20대 때는 시끄러운 콘서트장을 다녀온 다음 날에나 겪던 일이, 이제는 별다른 계기 없이도 불쑥 찾아온다는 이야기를 중년의 나이대에서 자주 듣게 된다.

이명, 정확히 무슨 소리인가
이명은 외부에 실제 소리가 없는데도 삐- 하는 고음, 웅- 하는 저음, 혹은 맥박처럼 뛰는 소리를 인식하는 증상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의학적으로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본인만 들을 수 있는 자각적 이명, 그리고 청진기를 대면 검사자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타각적) 이명이다. 이명을 겪는 사람의 대부분은 전자에 해당하고, 혈관이나 근육의 움직임과 관련된 후자는 비율로 보면 훨씬 적은 편이다.
스트레스 때문이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이명은 단일 원인으로 딱 떨어지게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의외로 청력 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나오지 않는데도 이명만 뚜렷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고, 반대로 청력이 상당히 떨어졌는데도 본인은 이명을 거의 못 느끼는 경우도 있다. 두 증상이 늘 함께 다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40~50대에 갑자기 이명이 시작되는 이유
소음성 – 젊은 시절 누적된 노출이 뒤늦게 드러난다
세계보건기구 기준으로 85데시벨 이상 소리에 하루 8시간 넘게 노출되면 청각 유모세포가 손상될 위험이 커진다고 알려져 있다. 지하철 내부 소음이 대략 80~90데시벨, 이어폰 최대 음량은 100데시벨을 넘기기도 한다. 20~30대에 이어폰을 끼고 산 세월이 40~50대에 이르러 누적된 결과로 나타난다는 설명이 이비인후과 자료에서 종종 언급되는데, 젊을 때는 며칠 지나면 사라지던 증상이 나이가 들면서 회복 속도가 느려진다는 점도 함께 지적된다.
스트레스성 – 조용해질수록 커지는 소리
중년에 접어들면 회사에서는 책임이 커지고, 집에서는 자녀 교육이나 부모 부양 부담이 겹치는 시기가 많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자율신경계를 자극하면 청각 신경이 예민해지고, 평소라면 인지하지 못했을 미세한 내이의 소리까지 뇌가 증폭해서 받아들인다는 가설이 있다. 잠들기 전 조용한 시간에 이명이 유독 크게 느껴지는 것도, 낮 동안의 소음이 사라지면서 뇌가 상대적으로 그 신호에 집중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야근이 몰린 주간에 이명이 심해졌다고 말한다.
노화성 – 고주파부터 서서히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노인성 난청(presbycusis)도 40대 후반부터 서서히 시작될 수 있다. 저주파보다 고주파 영역 청력이 먼저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뇌가 부족해진 신호를 보완하려다 이명을 만들어낸다는 이론도 제기된다. 노화라고 하면 아직 이르다고 느끼는 40대도 많지만, 청각 세포는 신체의 다른 부위보다 손상에 더 예민하다는 점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그 밖의 요인 – 호르몬, 혈압, 턱관절
여성의 경우 갱년기 호르몬 변화가 이명과 시기적으로 겹쳐서 나타나는 사례도 보고된다. 갱년기 증상을 함께 겪고 있다면 갱년기 증상과 생활 관리법도 함께 참고해볼 만하다. 혈압 변화, 턱관절 이상, 목과 어깨 근육의 긴장 역시 이명과 연관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원인 하나로 딱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이명을 다루기 까다롭게 만드는 부분이다.
나에게 해당하는지 자가 체크
진단은 전문의의 몫이지만, 병원에 가기 전 스스로 상황을 정리해보는 것은 가능하다. 아래 항목 중 여러 개에 해당한다면 진료를 받을 때 증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최근 두 달 사이 이어폰이나 헤드폰 사용 시간이 눈에 띄게 늘었다
- 업무나 개인사로 인한 스트레스가 평소보다 심한 시기다
- 밤에 방이 조용해지면 소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 양쪽이 아니라 한쪽 귀에서만 소리가 들린다
- 소리와 함께 어지럼증, 두통, 귀가 꽉 찬 느낌이 동반된다

병원에 가야 하는 신호 – 미루면 안 되는 경우
스트레스겠거니 하고 넘기기 쉽지만, 의외로 한쪽 귀에서만 갑자기 이명이 시작되고 동시에 청력이 뚝 떨어졌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돌발성 난청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돌발성 난청은 이명 환자의 상당수가 함께 겪는 증상으로 알려져 있어서, 편측성 이명을 단순히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면 시기를 놓칠 수 있다.
돌발성 난청은 증상 발생 후 72시간 이내 진료를 받는지 여부가 청력 회복 예후에 큰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일주일 안에 치료를 시작한 환자의 상당수가 청력을 회복했다는 보고가 있는 반면, 시기를 놓치면 회복률이 크게 떨어진다는 자료도 있다. 하루 이틀 정도는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길 수 있지만, 편측성 이명에 청력 저하나 이충만감까지 겹친다면 미루지 않는 편이 낫다.
다음과 같은 신호가 함께 나타난다면 되도록 빨리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 한쪽 귀에서만 소리가 들리며 그 귀의 청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느낌이 든다
- 극심한 어지럼증이나 균형 감각 이상이 함께 나타난다
- 얼굴 한쪽이 마비되거나 감각이 둔해진다
- 이전에 없던 심한 두통이 함께 온다
- 이명이 2~3일이 지나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일상에서 해볼 수 있는 관리
수면 부족이나 카페인 과다 섭취가 이명을 더 도드라지게 만든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야근이 잦았던 주에 이명이 심해졌다고 말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몸이 피로한 상태에서는 뇌가 작은 신호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다.
조용한 방에서 오히려 이명이 크게 들린다면, 작은 백색소음이나 라디오 소리를 낮게 틀어두는 방법을 쓰는 사람들도 있다. 소리를 완전히 없애기보다 다른 소리로 관심을 분산시키는 방식이다. 다만 이런 방법은 증상을 조금 편하게 느끼도록 돕는 경험적인 이야기일 뿐, 원인 자체를 없애는 방법은 아니라는 점을 짚어두고 싶다.
이어폰 볼륨을 최대치의 60% 이하로 유지하고, 큰 소리에 노출된 뒤에는 귀에 휴식 시간을 주는 습관도 자주 언급된다. 잠들기 전 카페인이나 니코틴 섭취를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많다. 불면증과 이명이 서로를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어서, 수면의 질을 관리하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잠 문제를 같이 겪고 있다면 40~50대 불면증, 잠 못 드는 이유와 생활습관 개선법도 참고가 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은 날만 유독 귀가 울리는데, 이것도 병원에 가야 할까요?
스트레스와 상관관계가 뚜렷하다고 해서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특정 상황에서만 나타나는 이명이라도 몇 주 이상 반복된다면 한 번은 청력 검사를 받아 다른 원인이 겹쳐 있지 않은지 확인해보는 편이 안전하다. 스트레스가 방아쇠 역할을 했을 뿐, 그 아래 다른 요인이 깔려 있는 경우도 의외로 있기 때문이다.
Q. 귀에서 소리가 난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그냥 참아도 될까요?
일주일 넘게 지속되는 이명이라면 참고 넘기기보다 진료를 받아보길 권한다. 한쪽 귀에서만 소리가 들리거나 그사이 청력이 떨어진 느낌이 든다면 더욱 그렇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원인에 따라서는 초기 대응 시점이 이후 경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Q. 이명 완화 앱이나 백색소음기가 정말 도움이 되나요?
완전히 없애준다기보다는, 조용한 환경에서 이명 소리에 신경이 쏠리는 것을 줄여주는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는 편이 맞다. 잠들기 전이나 집중이 필요한 시간에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증상이 계속되거나 심해진다면 원인을 확인하는 검사가 먼저다.
이명은 원인이 사람마다 제각각이라 스스로 판단하고 넘기기보다, 정확한 검사를 통해 원인을 좁혀가는 과정이 필요한 증상이다. 이 글에서 다룬 내용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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