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47분, 안목해변 방파제 옆 카페 창가 자리. 아메리카노 잔 너머로 파도가 밀려오고, 옆 테이블 커플은 노트북을 펴놓은 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 강릉은 원래 이런 동네다. 서울에서 KTX-이음을 타면 청량리역 기준 1시간 50분 안팎이면 강릉역에 내리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면 다들 시계를 안 본다. 당일치기라고 해서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안목해변 커피거리, 경포호와 경포대, 강릉 중앙시장 이 세 곳만 순서 있게 엮으면 하루가 헐겁지 않게 채워진다.
강릉역에서 안목해변까지, 첫 이동이 생각보다 짧다
강릉역에 내리면 다들 버스 시간표부터 확인하는데, 사실 택시가 답인 경우가 많다. 안목해변까지는 택시로 10분, 요금은 8천 원 안팎이다. 버스로는 302번이나 308번을 타면 25분쯤 걸리고 요금은 1,500원. 짐이 많거나 아침 일정이 빠듯하면 택시, 여유가 있으면 버스 — 이 정도로만 기억해도 충분하다.
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강릉역 자체가 안목해변과 경포 권역에서 그리 떨어져 있지 않다. 서울에서 오는 KTX 시간을 빼면 시내 이동은 전부 30분 안쪽으로 끝난다는 얘기다. 그래서 오전 9시대 KTX로 출발해도 오후 늦게까지 세 곳을 다 돌아볼 시간이 남는다.

안목해변 커피거리, 사실 커피보다 먼저 봐야 할 것
안목해변 커피거리라고 하면 다들 커피 사진부터 떠올리는데, 막상 가보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백사장과 방파제다. 해변을 따라 늘어선 카페가 50여 곳이 넘는다고 알려져 있고, 그중 보헤미안 박이추 커피와 테라로사 커피공장 강릉본점이 원조 격으로 꼽힌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 보통 5,500원에서 6,500원 사이, 오션뷰 자리는 예약 없이는 앉기 어려운 주말 오전이 많다.
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평일 오전 10시 전후로 가면 얘기가 다르다. 관광버스 단체 손님이 몰리기 전이라 창가 자리가 비어 있는 경우가 흔하고, 방파제 산책까지 20분 정도 여유를 두면 커피 한 잔이 훨씬 느긋해진다. 커피거리 초입부터 끝까지 걸으면 왕복 40분 남짓, 중간중간 사진 찍는 시간까지 합쳐 1시간 반 정도를 잡아두면 딱 맞다.
경포호와 경포대, 걷는 코스로 풀면 다른 곳이 된다
안목해변에서 경포호까지는 택시로 10분, 도보로는 해안을 따라 30분쯤 걸린다. 시간이 넉넉하면 걸어서 이동하는 쪽을 추천한다. 경포호 둘레길은 총 4.3km인데 전체를 다 돌 필요는 없다. 경포대 정자에서 시작해 호수를 절반 정도만 걷다가 반대편으로 빠져나오는 코스면 40분에서 50분이면 충분하다.
경포대는 보물로 지정된 조선시대 누각인데, 의외로 입장료가 없다. 정자에 올라 호수 전체를 내려다보면 왜 이곳이 관동팔경 중 하나로 꼽히는지 이해가 간다. 벚꽃철이 아니어도 소나무 숲 그늘이 꽤 진해서 한여름에도 걷기가 나쁘지 않다. 자전거 대여소가 호수 초입에 있는데, 1시간 대여료가 3천 원 선이라 다리가 아프면 자전거로 바꿔 타는 것도 방법이다.

점심은 초당순두부마을, 경포에서 차로 10분
경포호 산책을 마쳤다면 점심은 초당순두부마을로 넘어가는 편이 동선상 자연스럽다. 경포에서 택시로 10분, 도보로는 25분 정도다. 순두부젓국백반이 대표 메뉴인데 한 그릇에 12,000원 안팎, 순두부짜글이나 순두부전골을 더하면 15,000원을 넘기도 한다. 간이 세지 않고 담백해서 아침에 커피 위주로 배를 채웠다면 이 시점에 제대로 된 한 끼로 채우기 좋다.
초당동 골목에는 오래된 순두부집이 열 곳 넘게 모여 있어서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되는데, 줄이 짧은 곳을 골라도 크게 실패하지 않는다. 원조를 표방하는 집이 여럿이라 굳이 검증된 한 곳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강릉 중앙시장, 하루 마무리는 여기서
점심을 초당에서 먹었다면 중앙시장까지는 택시로 15분, 버스로는 30분 남짓 걸린다. 강릉 중앙시장은 100년 넘은 역사를 가진 재래시장인데, 낮보다 오후 4시 이후부터 활기가 붙기 시작한다. 닭강정 한 팩이 8,000원, 오징어순대가 개당 2,000원, 씨앗호떡은 2,500원 정도로 가격대가 부담스럽지 않다.
시장이라고 하면 관광객용으로 과장된 곳을 떠올리기 쉬운데, 의외로 여전히 강릉 시민들이 장을 보러 오는 생활 시장이기도 하다. 젓갈 골목과 건어물 골목이 안쪽에 따로 있어서, 커피거리와 해변만 보고 돌아가는 여행자와는 다른 강릉을 볼 수 있다. 저녁 6시쯤 시장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강릉역으로 돌아가면, 저녁 8시 전후 KTX로 서울에 도착하는 일정이 무리 없이 맞춰진다.

하루 동선 요약
정리하면 강릉역 도착 후 안목해변(택시 10분)에서 커피와 산책으로 1시간 반, 경포호·경포대(택시 10분)에서 산책 40~50분, 초당순두부마을(택시 10분)에서 점심 1시간, 중앙시장(택시 15분)에서 저녁 겸 구경 1시간 반 정도로 잡으면 총 이동과 체류 시간이 6시간 안팎이다. 서울 왕복 KTX 시간을 더해도 하루 안에 여유 있게 끝난다. 비용은 왕복 교통비를 빼고 카페·식사·시장 간식을 합쳐 1인 4만 원에서 6만 원 사이면 충분하다.
자주 묻는 질문
아이와 함께 가도 괜찮을까요?
경포호 둘레길은 평탄하게 포장되어 있어서 유모차로도 크게 무리가 없다. 다만 안목해변 백사장은 모래가 깊은 편이라 유모차 바퀴가 빠지기 쉬운데, 방파제 쪽 콘크리트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이 문제는 피할 수 있다. 중앙시장은 통로가 좁고 사람이 많은 오후 5시 이후에는 유모차보다 아기띠가 편할 수 있다.
자차로 가면 동선이 달라지나요?
자차라면 안목해변 공영주차장(시간당 1,000원 선), 경포호수 공영주차장, 초당순두부마을 인근 사설 주차장을 순서대로 이용하면 되는데, 굳이 시내로 들어갔다 나왔다 할 필요 없이 해안도로를 따라 한 방향으로 돌면 동선이 훨씬 매끄럽다. 중앙시장은 주변 도로가 좁아서 인근 공영주차장을 미리 검색해두는 편이 낫다.
비가 오는 날에는 어떻게 코스를 바꾸는 게 좋을까요?
비가 온다고 코스 전체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안목해변 카페들은 대부분 통창 구조라 실내에서도 바다가 그대로 보이고, 경포호 산책 대신 경포대 정자에 앉아 비 오는 호수를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대안이다. 중앙시장은 아케이드 지붕이 있는 구간이 많아서 우산 없이도 웬만큼 돌아볼 수 있다.
강릉을 이미 여러 번 가본 사람이라면 목포 당일치기 코스처럼 다른 해안 도시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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