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칸 위치만 바꿨는데 식재료가 두 배 오래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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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둘째 주, 대형마트에서 사 온 상추 한 봉지를 야채칸 맨 위 칸에 올려두고 나흘 뒤에 열어봤더니 잎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물러 있었다. 분명 냉장고 안이었는데, 상온에 둔 것과 별 차이가 없었다. 원인을 찾아보니 어이없을 정도로 단순했다. 냉장고 문쪽과 야채칸의 온도가 3~4도씨나 차이가 났고, 하필 상추를 문에서 가까운 자리에 뒀던 거였다. 냉장고에 넣기만 하면 다 해결된다고 믿었던 게 문제였다.

식재료를 오래 보관하는 일은 사실 냉장고 성능 문제가 아니다. 어느 칸에, 어떤 방식으로 넣느냐의 문제다. 같은 냉장고를 쓰면서도 누구는 상추를 2주씩 아삭하게 먹고, 누구는 3일 만에 버린다. 그 차이를 칸 배치와 포장 습관 몇 가지로 좁혀봤다.

냉장고 안 온도는 균일하지 않다

다 아는 얘기 같지만, 냉장고 안 온도가 자리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실제로 체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문쪽 선반은 문을 여닫을 때마다 바깥 공기가 들어와 평균 6~7도씨까지 오르내린다. 반면 냉장고 안쪽 벽면과 맨 아래 칸은 1~3도씨로 가장 낮고 안정적이다. 야채칸은 별도의 습도 조절 장치가 있는 제품이 많아서 4~5도씨 정도를 유지하는 편이다.

그런데도 실제로는 문쪽에 계란과 우유를, 안쪽엔 자주 안 먹는 소스류를 넣어두는 집이 대부분이다. 순서가 뒤바뀐 셈이다. 계란은 온도 변화에 민감해서 문쪽에 두면 상하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진다. 서울의 한 소비자원 조사에서는 문쪽에 보관한 계란이 안쪽 칸 보관 대비 평균 4~5일 더 빨리 신선도가 떨어졌다는 결과도 나온 적이 있다.

냉장고 칸마다 채소와 과일을 구역별로 정리한 모습

칸별로 이렇게 나눠 넣으면 된다

번거롭다고 느낄 수 있지만, 한 번만 자리를 정해두면 그다음부턴 습관이 된다. 기준은 간단하다.

최상단(가장 차가운 칸, 1~2도씨) — 육류, 생선, 유제품처럼 상하기 쉬운 것들. 중간 칸(3~4도씨) — 반찬, 조리된 음식, 소스류. 야채칸(4~6도씨, 습도 높음) — 채소와 과일을 나눠서. 문쪽(6~8도씨) — 잼, 장류, 음료수처럼 상대적으로 잘 안 상하는 것들만.

막상 해보면 별것 아닌데, 이 순서를 지키기 시작한 뒤로 일주일에 버리는 식재료 양이 눈에 띄게 줄었다. 계란을 문에서 안쪽 선반으로 옮긴 것 하나만으로도 신선도 유지 기간이 며칠은 늘어난 느낌이었다.

채소, 씻지 말고 넣어라

상추, 깻잎 같은 잎채소는 물기가 적이다. 씻은 채소를 그대로 넣으면 표면에 남은 물기 때문에 무름병이 빨리 온다. 키친타월로 감싼 뒤 지퍼백에 넣고 최대한 공기를 빼서 밀봉하면 물기를 흡수하면서도 습도는 어느 정도 유지돼 2주 가까이 아삭함이 남는다. 실제로 이 방식으로 깻잎을 보관해보니 12일째까지도 색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당근이나 무 같은 뿌리채소는 의외로 흙을 털지 않는 편이 오래간다. 흙이 수분 증발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신문지로 감싸서 야채칸에 세워 넣으면 한 달 가까이 멀쩡한 경우가 많다. 감자와 고구마는 반대로 냉장고에 넣으면 안 된다. 저온에서 전분이 당으로 변하면서 맛이 변질되고 식감도 나빠진다. 신문지 위에 이틀 정도 펼쳐 말린 뒤 햇빛이 안 드는 서늘한 곳에 두는 편이 훨씬 낫다.

브로콜리나 콜리플라워처럼 덩어리진 채소는 물에 살짝 적신 키친타월로 감싸고 밀폐용기에 넣으면 일주일 정도는 색과 향이 거의 그대로 유지된다. 오이도 마찬가지로 습기에 약해서, 랩으로 하나씩 개별 포장해두면 무르는 속도가 확연히 느려진다. 여름철 오이 요리를 자주 한다면 오이냉국 레시피를 참고해도 좋다.

과일은 채소와 절대 같이 두면 안 된다

사과, 배, 바나나는 에틸렌 가스를 내뿜는다. 이 가스가 다른 채소나 과일의 숙성을 앞당겨서, 같은 칸에 넣어두면 옆에 있던 오이나 상추가 훨씬 빨리 물러진다. 사과 하나를 감자 칸 옆에 뒀다가 감자 싹이 유난히 빨리 튼 걸 본 적이 있는데, 그게 바로 이 가스 때문이었다.

딸기나 블루베리 같은 베리류는 씻지 않은 상태로 통풍이 되는 용기에 넣어야 한다. 씻고 나면 표면의 얇은 보호막이 벗겨져서 곰팡이가 훨씬 빨리 생긴다. 먹기 직전에 씻는 게 원칙이라는 걸 알면서도, 미리 씻어서 넣어두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딸기는 씻지 않고 냉장 보관 시 3~4일, 씻어서 보관하면 하루 이틀 만에 물러지는 경우가 흔하다.

채소를 각각 다른 밀폐용기에 나눠 담아 보관하는 모습

육류와 생선, 온도보다 중요한 건 시간이다

육류와 어패류는 냉장 보관을 하더라도 오래 두면 안 된다. 다짐육은 구입 후 1~2일 안에, 덩어리 고기는 3~4일 안에 먹거나 냉동으로 옮기는 게 원칙이다. 생선은 더 짧아서 하루 이틀을 넘기지 않는 게 안전하다. 냉동 보관을 한 고기는 조리 전날 냉장실로 옮겨서 천천히 해동해야 육즙이 덜 빠진다. 전자레인지로 급하게 해동하면 겉은 익고 속은 덜 녹는 상태가 되기 쉬운데, 그 상태로 조리하면 육질이 확실히 퍽퍽해진다.

진공포장이 가능하다면 소분해서 냉동하는 편이 훨씬 낫다. 한 번에 3~4끼 분량씩 나눠서 얼려두면 필요한 만큼만 꺼내 쓸 수 있어서 낭비가 준다. 냉동실에서도 무한정 보관되는 건 아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6개월, 다짐육은 3개월 정도를 기준으로 삼는 게 안전하다는 이야기를 축산물 안전관리 관련 자료에서 본 적이 있다.

반찬은 소분이 답이다

기름진 반찬은 공기와 닿는 순간부터 산화가 시작된다. 큰 통에 한꺼번에 담아두면 매번 여닫을 때마다 공기가 들어가서 산화 속도가 빨라진다. 밀폐용기에 1~2회 분량씩 나눠 담으면 이 문제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튀김류는 냉장보다 냉동이 낫다.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눅눅해지는 걸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이나 찌개는 완전히 식힌 뒤에 밀폐용기에 담아야 한다. 뜨거운 채로 냉장고에 넣으면 냉장고 내부 온도가 전체적으로 올라가서 옆에 있던 다른 음식까지 상할 위험이 커진다. 가을철 밑반찬을 만들 계획이라면 전어구이와 밑반찬 레시피처럼 소분 보관을 전제로 한 조리법을 참고하면 편하다. 김치는 예외적으로 살짝 밀폐를 느슨하게 해줘야 발효 가스가 빠져나가 통이 부풀어 오르는 걸 막을 수 있다.

투명 밀폐용기에 반찬을 소분해서 냉장고 선반에 정리한 모습

흔히 저지르는 실수 세 가지

첫 번째는 냉장고를 꽉 채우는 습관이다. 공간이 8할 이상 차면 냉기가 제대로 순환하지 못해서 전체적으로 온도가 불안정해진다. 두 번째는 봉지째 보관이다. 마트에서 사 온 비닐봉지 그대로 야채칸에 던져두면 봉지 안에 습기가 갇혀서 오히려 무름병을 앞당긴다. 세 번째는 유통기한만 믿는 습관이다. 유통기한은 미개봉 기준이라, 한 번 개봉한 순간부터는 그 날짜가 큰 의미가 없어진다는 걸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 세 가지만 고쳐도 일주일에 버리는 식재료 양이 확실히 줄어든다. 대단한 장비나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다. 자리를 바꾸고, 소분하고, 포장을 벗기는 것. 그게 전부다.

자주 묻는 질문

양파는 냉장고에 넣어야 하나요?

껍질째 있는 양파는 냉장고에 넣지 않는 편이 낫다. 습도가 높은 냉장고 안에서는 오히려 곰팡이가 피기 쉽다. 신문지에 싸서 통풍이 잘되는 서늘한 곳에 두면 2주 이상 멀쩡하다. 다만 반으로 자른 양파는 랩으로 단면을 밀봉해서 냉장 보관해야 하고, 이 경우엔 3~4일 안에 쓰는 게 좋다.

냉동실에 넣은 식재료는 언제까지 먹을 수 있나요?

품목마다 다르지만 대략적인 기준은 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덩어리는 6개월, 다짐육은 3개월, 생선은 2~3개월 정도를 안전선으로 본다. 냉동이라고 무한정 보관되는 건 아니라서, 포장에 냉동한 날짜를 적어두는 습관을 들이면 관리가 훨씬 쉬워진다.

먹다 남은 국물 요리는 어떻게 보관해야 하나요?

완전히 식힌 뒤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면 2~3일 정도는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 그보다 오래 두고 싶다면 1회 분량씩 소분해서 냉동하는 편이 낫다. 국물 요리는 뜨거운 채로 넣으면 냉장고 온도를 전체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으니, 식히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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