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 저녁 6시 반,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 입구에는 이미 아이스박스를 든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좌판 위에 수북이 쌓인 전어 한 무더기 가격은 한 마리당이 아니라 한 뭇, 그러니까 20마리 기준으로 3만 원 선. 옆에서 흥정하던 아주머니는 “이 정도면 며느리 아니라 사돈까지 부를 가격”이라며 웃었다. 과장 같지만 가격표를 보면 그 말이 아주 틀린 것도 아니다.

왜 하필 가을 전어인가
전어는 원래 사계절 잡히는 생선이다. 그런데도 유독 가을, 그중에서도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가 제철로 꼽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여름 내내 플랑크톤을 먹으며 몸집을 불린 전어는 산란을 마친 뒤 다시 살을 찌우는데, 이때 뼈 사이사이에 지방이 촘촘히 박힌다. 흔히 “가을 전어는 깨가 서 말”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실제로 이 시기 전어의 지방 함량은 여름철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굳이 이맘때를 기다렸다가 챙겨 먹는 게 아주 근거 없는 유난은 아닌 셈이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속담은 조선시대 문헌에도 등장할 만큼 오래된 표현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말이 단순히 맛있다는 뜻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가을 전어를 구울 때 나는 특유의 고소한 냄새가 담장을 넘어갈 정도로 진했고, 그 냄새 하나로 서운했던 마음이 눅눅해졌다는 게 원래 유래에 가깝다. 냄새로 사람 마음을 돌린다는 게 좀 과장스럽긴 해도, 직접 연탄불에 전어를 구워본 사람이라면 그 말을 완전히 부정하지도 못할 것이다.
실패 없는 전어 고르는 법
좌판 앞에 서면 다들 비슷한 표정을 짓는다. 어떤 걸 골라야 할지 감이 안 온다는 얼굴. 그럴 때는 딱 세 군데만 보면 된다. 눈이 맑고 볼록한지, 아가미를 살짝 들춰봤을 때 선홍빛이 도는지, 비늘이 몸에 딱 붙어 은빛 윤기를 내는지. 이 세 가지만 확인해도 웬만해서는 실패하지 않는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놓치는 부분이 배 부위다. 손가락으로 살짝 눌렀을 때 탄력 있게 원래대로 돌아오면 싱싱한 것이고, 물컹하게 자국이 남으면 시간이 좀 지난 녀석이다. 회로 뜰 계획이라면 이 탄력 테스트를 반드시 해보는 게 좋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아침 물때에 들어온 놈인지 오후 물때에 들어온 놈인지가 하루 장사를 가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간 차이가 크다. 그러니 가능하면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방문하는 편이 신선한 전어를 만날 확률을 높여준다.
손질을 부탁할 때 크기도 함께 얘기해두면 좋다. 성인 두 명이 회와 구이를 각각 배부르게 먹으려면 대략 두 뭇, 40마리 정도가 적당하다는 게 소래포구 상인들의 대체적인 귀띔이다. 물론 술을 곁들인다면 반 뭇쯤 더 넉넉하게 잡는 손님도 많다.
회 vs 구이, 크기와 취향으로 갈리는 선택
전어를 파는 좌판 앞에 서면 늘 고민되는 게 회냐 구이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크기가 답을 준다. 손바닥 반 정도 되는 작은 전어, 그러니까 몸길이 10~13센티미터 정도는 뼈가 아직 억세지 않아서 뼈째 썰어 회로 먹기에 적당하다. 반대로 15센티미터가 넘어가는 큰 전어는 뼈가 굵어져서 회로 먹으면 입안이 까끌까끌한데, 이런 놈들은 통째로 구워야 진가가 나온다. 뱃살에 오른 기름이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녹아내리면서 살이 오히려 더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

전어회는 뼈째 썰어 나오는 게 기본이라 씹을 때 오도독한 식감이 살아있다. 상추에 밥 한 숟갈과 회를 얹고 막장에 마늘 한 쪽까지 올려 싸 먹으면 기름진 맛이 확 잡히면서 감칠맛만 남는다는 게 단골들의 공통된 평이다. 초장에 콕 찍어 먹는 방식도 물론 인기지만, 상추쌈이 의외로 더 낫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반면 구이는 별다른 양념 없이 굵은소금만 뿌려 숯불이나 연탄불에 굽는 게 정석으로 통한다. 기름이 많은 생선이라 오히려 양념을 세게 하면 본연의 고소함이 묻힌다는 게 오래 장사한 상인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서울 근교 3대 전어 스팟
서울에서 차로 40분 안팎이면 닿는 소래포구는 전어철마다 사람이 몰리는 대표적인 곳이다. 소래포구종합어시장 안쪽 좌판에서 전어를 직접 골라 근처 초장집에 가져가면 상차림비만 받고 회를 떠주는 구조가 일반적인데, 상차림비는 보통 1인당 4천~5천 원 선으로 형성돼 있다. 주말 오후에는 주차부터 어려우니 평일 저녁을 노리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다.

강화도 쪽으로 발을 넓히면 선수포구와 후포항 일대에서 활전어를 구할 수 있다. 소래포구보다 상대적으로 한산해서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는 오히려 이쪽이 더 여유롭다. 안산 대부도 방아머리항도 전어 시즌이면 곳곳에 현수막이 걸리는데, 서해 낙조를 보면서 구이를 먹을 수 있다는 게 이곳만의 매력이다. 해 지는 시간에 맞춰 자리를 잡으면 노을과 연기가 뒤섞이는 풍경까지 덤으로 얻는다.
서울 시내에서 벗어나기 번거롭다면 노량진수산시장도 괜찮다. 퇴근 후 지하철만 타면 닿는 접근성은 지방 산지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이다. 지방 산지만큼 저렴하진 않지만, 2층 식당가에 자리를 잡고 1층에서 산 전어를 손질비만 내고 바로 회나 구이로 즐기는 방식이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꽤 알려져 있다.
먹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
전어를 살 때 가격은 지역과 시기에 따라 꽤 출렁인다. 시즌 초반인 9월 초에는 마릿수가 적어 값이 높게 형성되다가, 9월 말에서 10월 초로 넘어가면 어획량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는 흐름을 보인다. 그러니 굳이 서둘러 첫 물량을 노리기보다는 시즌 중반을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벌써 유명 맛집들은 예약 문의가 밀려든다는 얘기도 들리니, 주말 방문을 계획한다면 미리 전화 한 통 넣어두는 편이 마음 편하다.
전어는 잔가시가 많은 생선이라 어린아이나 노약자와 함께라면 구이보다 살만 발라내는 방식을 부탁하는 게 안전하다. 상인들도 이런 요청에는 대체로 익숙해서 흔쾌히 손질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뼈째 씹는 맛이 전어의 진짜 매력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으니, 성인들끼리의 자리라면 원래 방식대로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어는 냉동해도 맛이 유지되나요?
급랭 처리한 전어라면 구이용으로는 크게 무리가 없다는 평이 많다. 다만 뼈째 씹는 식감이 생명인 회는 해동 과정에서 살이 물러지기 쉬워서, 회로 먹을 계획이라면 그날 잡은 활어를 쓰는 곳을 찾는 편이 낫다.
Q. 전어 굽는 냄새가 유독 강한데 이유가 있나요?
지방 함량이 높은 생선일수록 열을 받으면 향이 진하게 퍼지는 경향이 있다. 가을 전어가 유독 냄새로 유명한 것도 이 시기 지방이 최고조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Q. 회와 구이 중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요?
처음 전어를 접해본다면 구이 쪽을 권하고 싶다. 뼈째 씹는 회의 식감이 낯설 수 있는 반면, 구이는 호불호가 적고 실패할 확률도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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