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헨지의 비밀, 누가 왜 어떻게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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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52분, 잉글랜드 남부 솔즈베리 평원에는 아직 어둠이 짙게 깔려 있다. 그런데 매년 6월 21일 이 시각이 되면 수천 명이 담요를 두르고 진흙밭에 서서 동쪽 지평선만 바라본다. 잠시 후 해가 완벽하게 ‘힐 스톤(Heel Stone)’과 중앙 제단석 사이의 정확한 틈으로 떠오르고,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5000년 전 신석기인들도 정확히 같은 자리에서, 같은 각도로 뜨는 해를 바라봤다. 그들은 왜, 그리고 어떻게 무게 25톤짜리 돌을 240km 밖에서 끌고 와 이 자리에 세웠을까.

돌 하나의 무게가 코끼리 네 마리와 맞먹는다

스톤헨지를 이루는 돌은 크게 두 종류다. 바깥쪽 큰 원을 이루는 사르센석(sarsen)은 잉글랜드 남부에서 캐낸 사암으로, 가장 큰 것은 높이 8m에 무게가 약 25톤에 달한다. 안쪽 작은 원을 채운 ‘블루스톤’은 평균 2~4톤 정도로 상대적으로 작지만, 문제는 이 돌들의 원산지가 웨일스 서부 프레셀리 언덕(Preseli Hills)이라는 점이다. 직선거리로만 약 240~250km, 지형을 감안한 실제 이동 경로로는 그보다 훨씬 멀다.

2024년 8월, 커틴대학교(호주)와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공동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더 놀라운 사실을 발표했다. 스톤헨지 한가운데 누워 있는 6톤짜리 ‘제단석(Altar Stone)’이 웨일스가 아니라 무려 750km 떨어진 스코틀랜드 북동부에서 왔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제단석에서 채취한 지르콘·인회석·루틸 알갱이의 연대와 화학 성분을 분석해 이를 확인했다. 신석기 후기 사람들이 국경도, 바퀴 달린 수레도, 철제 도구도 없이 이 정도 거리를 돌을 끌고 이동했다는 뜻이라 학계도 술렁였다.

솔즈베리 평원의 스톤헨지 석양 풍경

누가 만들었나 – 문자 없는 시대, 이름 없는 건축가들

스톤헨지 건설자들은 글을 남기지 않았다. 그래서 ‘누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뼈와 흙이 말해주는 것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주변 매장지에서 발굴된 인골의 스트론튬 동위원소 분석 결과, 일부 유해는 웨일스 프레셀리 지역 출신으로 추정된다. 다시 말해 블루스톤을 옮긴 이들과 그 돌의 고향 사람들이 같은 집단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스톤헨지 외곽 둘레에는 지름 약 87m의 원을 따라 ‘오브리 홀(Aubrey holes)’이라 불리는 구멍 56개가 파여 있다. 이곳에서 화장(火葬)된 인골이 다수 발굴됐는데,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결과 중앙 돌기둥이 세워지기 약 500년 전부터 이미 이 자리가 대규모 화장 매장지로 쓰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학자들은 스톤헨지가 처음부터 거대한 돌기둥이 아니라, 죽은 자를 기리는 나무 구조물이나 흙둑에서 출발해 수백 년에 걸쳐 지금의 모습으로 확장됐다고 본다. 잉글리시 헤리티지(English Heritage)와 여러 고고학자들의 편년에 따르면 최초 공사는 기원전 3000년경 시작됐고, 지금 우리가 아는 원형 배치는 기원전 2500년 무렵 완성됐다.

어떻게 옮겼나 – 썰매, 통나무, 그리고 순수한 노동력

가장 뜨거운 논쟁은 역시 운반 방법이다. 한때 빙하가 블루스톤을 웨일스에서 솔즈베리 평원 근처까지 옮겨줬다는 ‘빙하 운반설’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광물 분석 연구는 이 가설에 힘을 빼는 증거를 내놨다. 연구팀이 인근 하천 퇴적층을 조사한 결과 이 지역을 빙하가 지나간 흔적을 찾지 못했고, 사람이 직접 옮겼을 가능성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나무 썰매에 돌을 얹고 둥근 통나무를 굴림대 삼아 밧줄로 끌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웨일스에서 발견된 신석기 시대 돌 운반 실험 고고학 사례들은 수십 명에서 백여 명이 팀을 이뤄 하루 수백 미터씩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초기 청동기 문화인 ‘비커인(Beaker people)’이 이 작업에 관여했다는 견해도 있다. 세우는 과정 역시 만만치 않다. 돌을 구덩이에 세운 뒤 지렛대와 통나무 틀을 이용해 수직으로 일으켜 세우고, 위에 가로로 얹는 인방석(lintel)은 나무로 만든 경사로나 계단식 발판을 따라 끌어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톤헨지 사르센 돌기둥과 인방석의 표면 질감

왜 만들었나 – 하나의 정답은 없다

스톤헨지의 배치는 우연이 아니다. 하지 해돋이와 동지 해넘이가 정확히 축을 이루도록 돌이 배열돼 있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고대의 천문 관측소’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여기에 정치적·사회적 의미를 더한다.

  • 통합의 상징설: 2024년 네이처 연구진은 잉글랜드 남부,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동부라는 서로 멀리 떨어진 지역의 돌을 한자리에 모은 행위 자체가, 아직 통일 왕국이 존재하지 않던 시대에 여러 집단의 결속을 상징하는 정치적 제스처였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 공동체의 심장부설: 스톤헨지에서 3km 떨어진 더링턴 월스(Durrington Walls) 유적에서는 대규모 주거 흔적과 돼지뼈 잔치의 흔적이 다량 발굴됐다. 이는 스톤헨지가 외딴 제단이 아니라, 사람들이 계절마다 모여 축제와 의례를 치르던 공동체 생활의 중심이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 치유의 장소설: 블루스톤 인근에서 부상이나 질병 흔적이 있는 유골이 다수 발견됐다는 점에 착안해, 블루스톤 자체에 치유력이 있다는 믿음이 사람들을 끌어모았다는 가설도 꾸준히 제기된다.
  • 조상 숭배와 매장지설: 오브리 홀에서 나온 화장 유골들은 스톤헨지가 애초부터 죽은 자와 산 자를 잇는 장소, 다시 말해 거대한 공동묘지이자 제의 공간으로 출발했음을 시사한다.

종합하면 스톤헨지는 단 하나의 목적으로 설계된 건축물이 아니라, 수백 년에 걸쳐 장례·천문·정치·치유라는 여러 기능이 겹겹이 쌓인 복합 공간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가 단일 왕조의 프로젝트였던 것과 달리, 스톤헨지는 여러 세대의 손을 거치며 의미가 계속 덧씌워진 셈이다.

하지 일출 무렵 역광으로 보이는 스톤헨지 실루엣

아직 풀리지 않은 것들

돌의 산지, 대략적인 건설 시기, 인근 매장 풍습까지는 상당 부분 밝혀졌다. 그런데도 정작 핵심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750km 밖 스코틀랜드에서 6톤짜리 돌을 끌고 온 이유는 단순 교역으로 설명하기엔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당시 사회에 그만한 인력을 동원할 중앙 권력이 있었는지, 아니면 순전히 자발적 종교 열망으로 모인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나스카 라인이나 이스터섬 모아이 석상처럼, 거대한 규모의 노동력이 투입된 고대 유적들은 하나같이 ‘동기’를 둘러싼 논쟁이 끝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스톤헨지 역시 마찬가지다. 매년 새로운 시료 분석 기법이 등장할 때마다 정설로 여겨지던 가설이 뒤집히곤 해서, 고고학자들 사이에서는 “스톤헨지에 관해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스톤헨지 하지 축제는 실제로 누구나 돌 가까이 갈 수 있나요?
평소에는 안전과 보존을 위해 방문객이 돌에서 일정 거리 떨어진 통로로만 관람할 수 있다. 다만 매년 하지(6월 21일 전후)와 동지 무렵에는 잉글리시 헤리티지가 특별 개방 행사를 열어 방문객이 돌 사이로 들어가 일출을 직접 볼 수 있게 한다. 인파가 상당히 몰리므로 사전 예약과 이른 새벽 도착이 사실상 필수다.

Q. 돌을 옮긴 게 정말 사람 힘만으로 가능한가요? 외계인 개입설은 근거가 있나요?
학계에서는 외계인 개입설을 뒷받침할 물리적 증거가 전혀 없다고 본다. 웨일스 채석장에서 발견된 쐐기 자국, 지렛대 흔적, 미완성 돌덩이 등은 신석기인들이 돌을 다듬고 옮긴 구체적 작업 과정을 보여준다. 통나무 굴림대와 밧줄, 수백 명 단위의 협업만으로도 이론상 충분히 가능하다는 실험 고고학 결과가 다수 축적돼 있다.

Q. 스톤헨지와 비슷한 환상열석이 다른 나라에도 있나요?
있다. 영국 내에서도 에이브버리(Avebury) 환상열석이 규모 면에서 스톤헨지를 능가하며, 스코틀랜드의 캘러니시 스탠딩 스톤스(Callanish Standing Stones)도 유명하다. 유럽 밖으로 눈을 돌리면 튀르키예의 괴베클리 테페처럼 훨씬 오래된 거석 유적도 존재해, 신석기 시대 인류가 거대한 돌 구조물을 세우려는 충동을 여러 대륙에서 독립적으로 품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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