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8시, 군산 중앙로 골목에 이미 사람 서른 명이 줄을 서 있었다. 다들 손에 든 건 스마트폰이 아니라 대기 번호표. 목적지는 딱 하나, 단팥빵이다. “빵 하나 사겠다고 이렇게까지 줄을 서나” 싶겠지만, 막상 그 줄 끝에 서보면 이해가 된다. 이성당은 1945년 문을 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고, 주말 오전엔 문 열기도 전에 줄이 골목을 반 바퀴 돈다. 서울에서 왕복 5시간 거리를 감수하고서라도 사람들이 군산으로 향하는 이유는, 사실 이 빵집 하나 때문만은 아니다. 근대문화유산거리부터 경암동 철길마을까지, 걸어서도 되고 택시 한 번이면 되는 당일치기 코스를 시간대별로 짜봤다.
동선 팁 하나만 먼저. 이번 코스는 이성당에서 시작해 근대문화유산거리, 경암동 철길마을 순으로 이어지는데, 도보 이동은 이성당부터 초원사진관까지만 해당한다. 군산역이나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바로 도착하는 경우라면 순서를 거꾸로 짜서 마지막에 이성당에서 빵을 사 들고 귀가하는 편이 동선 낭비를 줄인다. 자가용을 가져간다면 근대문화유산거리 일대엔 공영주차장이 여럿 있으니 차는 거기 세워두고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게 속 편하다.

오전 9시, 이성당부터 오픈런
일부러 새벽부터 서두르라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이성당은 오전 8시에 문을 열고 밤 9시 반까지 영업하는데, 평일 오전 9시 전후로 가면 그나마 줄이 짧다. 대표 메뉴는 단팥빵과 야채빵. 단팥빵은 손에 쥐면 묵직할 정도로 팥소가 꽉 차 있고, 겉껍질은 얇고 바삭한데 속은 촉촉해서 한입 베어 물면 왜 이 먼 길을 왔는지 바로 납득이 간다. 야채빵은 이름만 들으면 심심할 것 같지만 아삭한 채소와 고소한 마요네즈가 씹을수록 은근히 중독성 있는 맛을 낸다. 개당 가격은 3천 원 안팎이니 두세 개씩 골라도 부담은 크지 않다. 다만 인기 메뉴는 오전 중에 품절되는 날도 있어서, 특정 빵을 꼭 사야 한다면 너무 늦지 않게 가는 게 안전하다.
빵을 사 들고 바로 자리를 뜨기 아깝다면 매장 옆 카페 공간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먹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주말엔 좌석 경쟁도 만만치 않으니, 시간에 쫓긴다면 포장해서 다음 코스로 이동하며 걸어 먹는 편이 낫다.
오전 10시, 근대문화유산거리 도보 탐방
이성당에서 나와 걸어서 10분이면 근대문화유산거리, 정확히는 장미동과 월명동 일대다. 일제강점기 당시 세워진 붉은 벽돌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구역인데, 걷다 보면 시간이 훌쩍 되돌아간 느낌이 든다.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 건물은 지금 근대건축관으로 쓰이고 있고, 미즈상사와 대한통운 창고 건물도 도보 거리에 모여 있다. 사진 찍기 좋은 골목이 워낙 많아서 계획했던 것보다 시간이 배로 걸리는 경우가 흔하다. 30분만 둘러보고 나오려 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한 시간이 지나 있더라는 후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오전 11시, 군산근대역사박물관 + 신흥동 일본식가옥
근대문화유산거리 안쪽에 자리한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실물 크기로 재현한 어청도 등대와 일제강점기 생활상을 보여주는 3층 근대생활관이 볼거리다. 입장료는 개별권 기준 성인 2천 원, 청소년 천 원, 어린이 5백 원. 박물관과 근대미술관, 근대건축관, 위봉함까지 다 볼 생각이면 통합권(성인 3천 원)이 더 이득이다. 관람은 넉넉잡아 한 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박물관을 나오면 아기자기한 주택가 골목이 이어지는데, 이 길을 따라 15분쯤 걸으면 신흥동 일본식가옥, 흔히 히로쓰가옥이라 불리는 곳이 나온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포목상이 살던 저택인데, 다다미방과 정원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서 영화 촬영지로도 자주 쓰였다. 바로 옆 골목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로 유명한 초원사진관이 있다. 두 곳 다 규모는 작아서 합쳐도 30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이렇게 작은 곳을 뭐 하러 가나” 싶을 수도 있는데, 막상 가보면 사진 찍을 포인트가 의외로 많아서 발이 잘 안 떨어진다.
오후 12시 반, 점심은 군산식 짬뽕으로
군산은 짬뽕으로도 이름난 동네다. 개항기 이후 정착한 화교들이 차린 중식당들이 지금도 성업 중인데, 얼큰한 국물에 해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나오는 스타일이 특징이다. 복성루와 빈해원이 대표적으로 꼽히는 노포로, 근대문화유산거리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복성루는 걸쭉하고 불맛이 강한 짬뽕으로, 빈해원은 좀 더 맑고 시원한 국물로 갈린다. 취향껏 골라도 되고, 시간 여유가 있다면 둘 다 살짝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점심시간대는 대기가 있을 수 있어서 낮 12시보다 살짝 이르거나 늦게 가는 게 요령이다. 짬뽕 한 그릇에 보통 만 원 안팎이면 충분하다.
오후 2시, 경암동 철길마을로 이동
점심을 먹었다면 이제 택시나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경암동 철길마을은 근대문화유산거리에서 도보로 가기엔 다소 멀어서, 택시로 10분 안팎 잡으면 된다. 1944년부터 있었다는 이 철길은 진포사거리에서 연안사거리까지 약 400미터, 그중 공원화된 200미터 구간이 핵심 포토존이다. 좁은 골목 양옆으로 낡은 집과 슈퍼, 문구점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그 사이를 철길이 그대로 관통한다. 옛날 교복을 빌려 입고 철길 위에서 사진을 찍는 대여점도 있고, 골목 어귀 좌판에서는 연탄불에 구워주는 옛날 과자를 파는 곳도 눈에 띈다.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지만, 레일 위에 서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입장료는 없고 24시간 개방돼 있어서 시간에 크게 쫓기지 않고 둘러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오후 4시, 마무리하고 귀가
철길마을까지 둘러보면 시간은 어느새 오후 4시를 넘긴다. 서울에서 KTX나 자가용으로 왔다면 이 시간에 돌아가는 편이 밀리는 도로를 피하는 데 낫다. 시간이 조금 더 남는다면 다시 이성당에 들러 저녁 대신 먹을 빵을 추가로 사가는 것도 방법이다. 냉동 보관하면 며칠은 두고 먹을 수 있어서, 여행 마무리로 딱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성당 단팥빵, 평일에도 오래 기다려야 하나요?
평일 오전 9시에서 10시 사이는 대체로 대기가 짧은 편이다. 다만 주말이나 공휴일, 특히 벚꽃철이나 연휴 기간에는 개점 전부터 줄이 길게 늘어서곤 한다. 특정 메뉴를 꼭 사고 싶다면 개점 시간에 맞춰 도착하는 게 가장 확실하다.
Q. 대중교통만으로 하루 코스 소화가 가능한가요?
이성당, 근대문화유산거리, 박물관, 히로쓰가옥, 초원사진관까지는 도보로 충분히 이동 가능하다. 경암동 철길마을만 택시나 시내버스로 따로 움직이면 되니, 대중교통만으로도 무리 없이 완주할 수 있는 코스다.
Q. 아이와 함께 가도 괜찮은 코스인가요?
충분히 가능하다. 박물관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체험 전시가 있고, 경암동 철길마을도 걷기 좋은 평지라 유모차 이동에도 큰 무리가 없다. 다만 하루에 다 돌기엔 아이 체력에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오전 코스만 소화하고 점심 이후엔 여유 있게 카페에서 쉬었다 가는 일정으로 조정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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