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에서 32년째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68세 박모 씨의 통장에는 지난 7월부터 매달 91만원이 들어온다. 은퇴 후 소득이 끊긴 지 3년, 그가 가진 재산은 시세 5억원 남짓한 낡은 아파트 한 채뿐이었다. 집을 팔지 않고도,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고도 매달 돈이 들어오는 이 구조가 바로 주택연금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운영하는 이 제도는 2007년 도입 이후 누적 가입자가 15만 가구를 넘어섰다. 2023년 10월 제도 개편으로 가입 가능 주택가격 기준이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되면서, 서울 중형 아파트를 보유한 은퇴 세대도 가입 문턱을 넘기 쉬워졌다. 그런데도 “내 집이 담보로 잡히는 것 아니냐”는 오해 때문에 신청을 망설이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주택연금 가입조건, 어디까지 해당될까
가입 자격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연령 — 부부 중 한 사람이라도 만 55세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다. 나이가 많은 배우자가 아니라 젊은 배우자 기준으로 55세를 넘기면 된다는 점을 놓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주택가격 — 부부 합산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주택 또는 주거용 오피스텔이 대상이다. 시세가 아니라 공시가격 기준이라, 시세 15억원짜리 아파트도 공시가격이 12억원 아래면 신청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
보유 주택 수 — 원칙은 부부 합산 1주택자다. 다만 공시가격 합산이 12억원을 넘지 않는다면 2주택 이상 보유자도 가입할 수 있고, 12억원을 초과하는 2주택자는 3년 안에 1채를 처분하는 조건으로 가입 문이 열려 있다.
거주 요건 — 담보로 제공하는 주택에 실제로 거주해야 한다. 전세를 주고 있는 집은 대상에서 빠진다.
수령액은 어떻게 계산될까 — 9억원 주택 예시
월 지급금은 단순하다. 가입 당시 나이·지급방식별로 정해진 월지급률에 주택가격(상한 12억원)을 곱한 값이다. 문제는 이 지급률이 3개월마다 시장금리에 따라 조정되고, 가입 유형(정액형·전후후박형·정률형)에 따라서도 달라진다는 점이다.
가장 많이 선택하는 종신지급방식 정액형을 기준으로 보면, 2026년 상반기 공시된 지급률은 대략 이렇다.
9억원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55세에 가입하면 월 지급률 약 0.047%가 적용돼 월 42만원 안팎을 받는다. 같은 주택으로 65세에 가입하면 지급률이 0.081% 수준으로 올라가 월 73만원 정도, 70세라면 지급률 0.112%로 월 100만원을 넘긴다. 가입 나이가 늦을수록 남은 기대여명이 짧아지는 만큼 월 지급액은 커지는 구조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게 있다. 위 수치는 예시일 뿐, 실제 가입 시점의 「주택담보노후연금보증모형 운영지침」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 정확한 금액은 한국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hf.go.kr)의 예상연금조회 계산기에서 생년월일과 주택가격만 입력하면 즉시 확인된다. 회원가입도 필요 없다.
장점과 단점, 둘 다 있다
장점부터 보면 명확하다. 국가가 보증하는 상품이라 공사가 파산해도 지급이 끊기지 않는다. 집값이 나중에 떨어져 수령 총액이 집값을 넘어서더라도 자녀에게 차액을 청구하지 않는다. 재산세는 25% 감면받고, 살던 집에서 평생 거주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도 크다.
반면 단점도 뚜렷하다. 가입 이후 집값이 크게 오르면 그 상승분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 초기보증료(주택가격의 1.5%)를 내야 하고, 중도 해지 시 이 보증료는 돌려받지 못한다. 상속인 입장에서는 물려받을 재산이 줄어드는 셈이라, 자녀와 미리 상의하지 않고 신청했다가 가족 간 갈등으로 번지는 사례도 종종 보인다.

자주 묻는 질문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연금이 끊기나요?
아니다. 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해도 남은 배우자에게 동일한 금액이 계속 지급된다. 이게 일반 종신보험과 가장 다른 부분이다. 다만 가입자가 아닌 배우자 앞으로 소유권 일부가 이전돼 있어야 이 보장이 정상 작동하니, 신청 시 소유 형태를 확인해 두는 게 좋다.
대출이 남아 있는 집도 가입할 수 있나요?
가능하다. 기존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있어도 주택연금 가입과 동시에 인출한도 범위 내에서 그 대출을 상환하는 방식(대출상환용)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대출 상환에 쓰는 만큼 월 지급금은 줄어든다. 예를 들어 9억원 주택에 잔여대출 1억원이 있다면, 이를 먼저 갚고 남은 금액을 기준으로 매달 받는 돈이 산정된다.
가입 후 집값이 폭등하면 손해 아닌가요?
매달 받는 연금액 자체는 가입 시점 가격으로 고정되니, 이후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지급액은 바뀌지 않는다. 집값 상승분을 못 누린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반대로 집값이 떨어져도 정해진 금액을 계속 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손해와 이득을 가르는 절대 기준은 없고, 본인의 자산 구성과 생활비 필요 수준에 따라 판단이 갈리는 문제다.
주택연금은 만능 해법이 아니다. 다만 별다른 현금성 자산 없이 집 한 채로 노후를 버텨야 하는 사람에게는, 집을 팔지 않고도 매달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보증 제도라는 점은 분명하다. 가입을 고민하고 있다면 한국주택금융공사 상담센터(1688-8114)나 가까운 공사 지사에서 정확한 예상 수령액부터 확인해보는 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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