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반, 따뜻한 이불을 박차고 나와 손에 쥔 건 편의점에서 급하게 산 차가운 캔커피 한 잔이었다. 고속버스터미널로 뛰어가면서 든 생각은 하나였다. 바다 보러 가는 길이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지. 서울 출발 4시간, 과연 당일치기가 가능할까 싶었지만, 막상 통영종합버스터미널에 내려서 강구안 쪽으로 걸어 들어가는 순간 그 걱정은 쏙 들어갔다. 알짜배기 동선만 밟으면 노을과 야경까지 완벽하게 품고 돌아올 수 있더라. 실제로 그렇게 다녀온 하루를 시간 순서대로 풀어본다.
서울에서 4시간, 그래도 당일치기가 되는 이유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나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통영종합버스터미널로 가는 고속버스는 편도로 4시간에서 4시간 30분이 걸린다. 새벽 첫차를 타도 통영 도착은 오전 10시 안팎이라, 하루 코스치고는 이동 시간이 꽤 잡아먹는 편이다. KTX나 SRT로 진주역까지 간 뒤 시외버스로 갈아타는 방법도 있지만, 환승 대기까지 더하면 직행 버스와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굳이 갈아탈 필요는 없어 보인다. 반면 부산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부산 사상터미널이나 부산서부터미널에서 통영까지는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면 닿는다. 그래서 부산 쪽에서 온다면 오전 9시대 도착도 여유 있게 가능하고, 서울 쪽에서 온다면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게 사실상 필수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거제-통영 구간 국도와 고속도로를 섞어 타게 되는데, 주말 오전에는 통영대교 진입 구간에서 정체가 종종 생기니 이 부분은 미리 감안해두는 게 좋다.
강구안, 관광지이기 전에 여전히 살아 있는 항구
터미널에 내리면 대부분 택시나 시내버스로 강구안까지 이동하는데, 택시로는 15분 안팎이다. 강구안은 통영항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온 작은 만인데, 이순신 장군이 만들었다는 판옥선과 거북선 모형이 정박해 있어서 사진 찍기에도 좋다.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활어 좌판을 정리하는 상인들, 갓 들어온 배에서 생선을 내리는 사람들로 분위기가 꽤 부산스럽다. 비린내 섞인 바닷바람과 어시장 특유의 왁자지껄함이 뒤섞여서, 여기가 관광지라기보다는 여전히 사람이 일하며 사는 항구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 점이 오히려 매력이다. 강구안 주변으로는 항남동 골목이 이어지는데, 여기서부터 동피랑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면 충분하다.

매번 다른 그림을 품는 도화지, 동피랑 골목
동피랑이라는 이름은 ‘동쪽 벼랑’이라는 뜻의 통영 사투리에서 왔다. 원래는 일제강점기부터 중앙시장과 강구안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모여 살던 달동네였는데, 철거 위기에 놓였던 마을을 벽화로 살려낸 게 지금의 동피랑이다. 골목은 생각보다 훨씬 좁고 계단도 가팔라서, 편한 신발이 아니면 중턱쯤에서 벌써 숨이 찬다. 알록달록한 벽화 사이로 파란 지붕과 하늘색이 겹쳐 보이는 구간에서는 다들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다. 벽화는 몇 년에 한 번씩 공모전을 통해 새로 그려지기 때문에, 예전에 왔던 사람도 갈 때마다 다른 그림을 마주치게 된다. 정상 전망대에 올라서면 강구안 전체와 그 너머 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주말 오전 11시쯤 되면 이미 골목마다 사람이 꽉 차 있어서, 사진을 여유 있게 찍고 싶다면 개장 직후인 오전 9시대에 오르는 편이 낫다. 머무는 시간은 사진 찍는 속도에 따라 다르지만 40분에서 1시간 정도로 잡으면 무리가 없다.
안 먹고 가면 서운한 통영의 소울푸드, 충무김밥
가파른 동피랑 골목을 내려오니 다리가 슬슬 후들거릴 즈음, 고소한 참기름 냄새와 시장 특유의 활기가 발길을 이끈다. 걸어서 5분이면 통영중앙시장이다. 통영 여행에서 충무김밥은 선택이라기보다 이미 정해진 코스에 가깝다. 유래를 들으면 왜 밥과 반찬을 따로 담는지도 이해가 된다. 예전에 뱃일 나가는 사람이나 여객선을 타는 승객들에게 팔던 도시락이었는데, 더운 날씨에 김밥 속 재료가 쉽게 상하다 보니 아예 맨밥만 김에 말고, 무김치와 매콤하게 무친 오징어나 어묵을 따로 곁들이는 방식으로 정착했다고 한다. 실제로 먹어보면 슴슴한 맨밥 김밥을 한 입 베어 물고, 아삭하게 씹히는 시원한 무김치 국물 맛을 곁들인 다음, 매콤달콤하게 무친 오징어무침을 꼬치째 콕 찍어 먹는 순서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이 세 가지가 입안에서 번갈아 부딪히는 맛이 은근히 중독적이다. 중앙시장 안쪽과 항남동 일대에 충무김밥집이 몰려 있는데, 대표적으로 뚱보할매김밥 같은 곳은 점심시간이면 줄이 길게 늘어선다. 한 세트에 밥과 반찬을 합쳐 1만 원 안팎이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맵부심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오징어무침은 조금씩 곁들여 먹는 걸 추천한다.

10분 만에 461미터,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
점심을 먹고 나면 슬슬 오후 1시쯤 되는데, 이 시간대에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를 타러 이동하는 게 동선상 딱 맞는다. 중앙시장에서 케이블카 승강장까지는 택시로 10분 정도다. 이 케이블카는 국내에서 가장 긴 구간을 운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편도 길이만 1,975미터에 달한다. 평일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주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행하는데 매표는 종료 2~3시간 전에 마감되니 늦어도 오후 3시 전에는 표를 끊는 게 안전하다. 왕복 요금은 대인 기준 1만 7천 원 정도다. 8인승 곤돌라를 타고 해발 461미터 미륵산 8부 능선까지 약 10분 걸려 올라간 뒤, 정상까지는 다시 20~30분 정도 걸어야 한다. 이 마지막 구간이 의외로 계단이 많아서 편한 신발이 아니면 후회할 수 있다. 정상에 서면 한려수도의 크고 작은 섬들이 겹겹이 늘어선 풍경이 펼쳐진다. 날이 완벽하게 맑은 날에는 수평선 너머로 대마도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걸린다고 하는데, 흐린 날은 당연히 그 정도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다. 왕복과 정상 왕복 산책까지 합쳐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를 잡아두면 된다.
사람이 적어서 더 좋은, 서피랑의 노을
케이블카를 내려오면 오후 4시에서 4시 반쯤 된다. 다리는 이미 뻐근하지만 여기서 서피랑으로 넘어가야 하루가 완성된다. 동피랑이 워낙 유명해서 서피랑은 상대적으로 한산한 편인데, 그래서 오히려 더 좋다는 사람들도 많다. 서피랑은 통영 시내 서쪽 언덕에 자리 잡은 마을로, 김상옥 시인의 생가터와 서포루가 있는 곳이다. 벽화보다는 골목과 계단, 그리고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이 매력인 동네다. 해 질 무렵 서포루 근처에 올라가면 통영 시내와 바다가 붉게 물드는 걸 볼 수 있는데, 동피랑에서는 느끼기 힘든 조용함 속에서 노을을 독차지하는 기분이 든다. 이 노을을 보려고 일부러 시간을 맞춰 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나면 다시 강구안 쪽으로 내려간다. 밤이 되면 강구안 수변 산책로에 조명이 켜지고, 정박된 배들과 불빛이 물에 비치면서 낮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된다. 여기서 저녁을 먹고 야경까지 즐긴 뒤 터미널로 돌아가면, 부산 방면은 막차 시간에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고 서울 방면은 저녁 8시 전후 막차를 미리 확인해두는 게 안전하다.

하루 동선, 시간대별로 다시 정리하면
오전 10시에 통영에 도착한다고 가정하면, 강구안까지 도보와 택시로 이동한 다음 동피랑 벽화마을을 40분에서 1시간 둘러본다. 이어서 중앙시장에서 충무김밥으로 점심을 40분 정도 먹는다. 오후에는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를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잡아 다녀오고, 서피랑에서 노을을 40분 정도 감상한다. 마지막으로 강구안으로 내려와 야경과 저녁 식사를 즐기면 하루가 딱 맞는다. 다만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동피랑 골목과 케이블카 매표소 모두 대기 줄이 길어질 수 있으니, 위 시간표보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는 여유를 두고 움직이는 게 낫다.
자주 묻는 질문
동피랑과 서피랑을 하루에 다 봐야 할까?
시간이 빠듯하다면 동피랑만 보고 케이블카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서피랑은 걸어서 20분 안팎이면 오갈 수 있고 사람도 적어서, 사진보다 여유로운 산책을 원한다면 서피랑 쪽을 더 추천한다. 실제로 동피랑에서 사진 찍느라 지친 사람들이 서피랑에서는 그냥 벤치에 앉아 쉬다 가는 경우가 많다.
비 오는 날에도 이 코스가 가능할까?
케이블카는 강풍이나 폭우 시 운행을 중단하는 경우가 있어서, 비 예보가 있다면 출발 전 통영관광개발공사 홈페이지나 전화로 운행 여부를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동피랑과 서피랑은 우산을 쓰고도 다닐 수 있지만 계단이 미끄러워지니 조심해야 한다. 이런 날은 케이블카 대신 통영수산과학관이나 실내 전시 공간으로 일정을 바꾸는 사람들도 있다.
차 없이 대중교통만으로 하루 코스가 가능한가?
가능하다. 다만 강구안, 동피랑, 중앙시장은 도보로 이어지지만 케이블카 승강장까지는 시내버스보다 택시가 훨씬 빠르고, 편도 요금도 1만 원 안팎이라 부담이 크지 않다. 하루 종일 걸어야 하는 코스인 만큼 택시를 한두 번 섞어 쓰는 게 체력 관리에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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