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전세자금대출 상담을 받으러 은행에 갔다가 당황했던 적이 있다. 신용카드도 꼬박꼬박 쓰고 연체 한 번 없이 살았는데, 창구 직원이 화면에 뜬 점수를 보여주며 “생각보다 낮으시네요”라고 말했다. 나이스 기준 780점대. 나쁜 점수는 아니지만 본인이 기대했던 900점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날 집에 와서 나이스지키미와 올크레딧을 번갈아 켜놓고 몇 시간을 뒤졌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게, 신용점수에 대해 다들 어렴풋이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꽤 많다는 점이다.
카드를 여러 개 만들면 유리하다는 착각
카드사마다 실적 조건이 다르니 여러 장 만들어두는 게 신용점수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KCB와 NICE평가정보 모두 카드 발급 개수 자체는 점수 산정 항목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카드가 5장이든 10장이든 그 숫자 자체는 감점 요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문제는 카드 개수가 아니라 발급 과정에서 생기는 신용조회 이력이다. 한 달 안에 서너 곳 금융기관에 카드를 동시에 신청하면, 그 조회 기록이 단기간에 몰리면서 대출이 급하게 필요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카드 자체보다 짧은 기간에 여러 곳을 두드린 정황이 감점 요인이 되는 셈이다. 카드를 만들려면 시기를 좀 나눠서 신청하는 편이 안전하다.

할부는 어떨까. 무이자 할부니까 부담 없다고 생각해서 12개월, 18개월씩 끊는 경우가 많은데, 신용평가 모델은 할부 결제를 일시불보다 빚에 가깝게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갚아야 할 금액이 몇 달에 걸쳐 남아있는 상태로 잡히기 때문이다. 당장 카드값이 줄어든 것처럼 느껴지지만 신용평가 시스템 입장에서는 채무가 길게 이어지는 걸로 읽힌다는 얘기다. 급하게 필요한 게 아니라면 짧은 할부, 가능하면 일시불이 점수 관리에는 낫다.
실제로 점수를 움직이는 것들
신용점수를 올린다고 하면 뭔가 특별한 금융상품을 가입해야 할 것 같지만, 의외로 가장 효과가 큰 건 통신비나 공공요금 납부 실적을 등록하는 일이다. 통신요금, 국민연금,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성실하게 낸 기록을 나이스지키미나 올크레딧 사이트에서 직접 제출하면 평균 5~13점 정도 오르는 사례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이 정보는 자동으로 반영되지 않고 본인이 신청해야 반영된다는 점을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신용카드 이용률 관리도 생각보다 비중이 크다. 한도가 300만 원인 카드를 매달 250만 원씩 긁으면 이용률이 80%를 넘기게 되는데, 이 비율이 높을수록 자금 사정이 빠듯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한도 대비 사용 금액을 30~50% 이내로 유지하는 게 안전하다고 보면 된다. 한도를 늘려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 역시 신용조회가 발생할 수 있으니 자주 반복할 일은 아니다.

연체는 두말할 것도 없이 가장 치명적이다. 다만 여기서도 오해가 있다. 5만 원, 10만 원 소액을 며칠 늦게 낸 것과 몇 백만 원을 90일 넘게 못 갚은 건 전혀 다른 무게로 다뤄진다. 단기 소액 연체는 갚는 즉시 기록에서 크게 부담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90일 이상 장기연체로 넘어가면 이력이 꽤 오래 남는다. 카드값 며칠 늦은 것 정도로 신용불량자가 되는 건 아니지만, 반복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신용조회, 정말 감점 요인일까
본인이 자기 신용점수를 조회하면 점수가 깎인다는 얘기, 아직도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 2011년 신용조회 제도가 개편되면서 이미 사라진 개념이다. 나이스지키미나 올크레딧에서 본인이 직접 몇 번을 조회하든 점수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 감점되는 건 금융기관이 대출이나 카드 심사를 위해 조회하는 경우인데, 그마저도 예전만큼 크게 반영되지는 않는 추세다. 그런데도 여전히 “조회하면 점수 떨어진다”는 소문 때문에 자기 점수 한 번 안 찾아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게 아이러니다.
신용카드를 안 쓰고 방치해두면 점수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짚어둘 만하다. 오래 쓰지 않는 카드는 자동 해지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면 신용거래 기간이 짧아진 것으로 잡혀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 카드를 꾸준히 소액이라도 사용하며 유지하는 게, 아예 안 쓰는 것보다 점수 관리에는 도움이 된다.

자주 묻는 질문
Q. 학자금대출을 다 갚았는데 왜 점수가 오히려 떨어진 것 같나요?
대출을 완납하면 오히려 단기적으로 점수가 잠깐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신용거래 종류가 줄어들거나, 오래된 대출 이력이 사라지면서 평가 항목 하나가 빠지기 때문이다. 보통 한두 달 지나면 회복되는 편이니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Q. 카드값을 한 번도 밀린 적이 없는데 왜 700점대에 머물러 있을까요?
연체가 없어도 신용거래 기간이 짧거나, 카드 이용률이 높거나, 대출 상품 종류가 한쪽에 몰려 있으면 점수가 잘 안 오르는 경우가 있다. 사회초년생이라 신용거래 이력 자체가 짧으면 아무리 성실히 써도 상위 등급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공공요금 납부 실적을 등록해보는 게 이럴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Q. 마이너스통장을 개설만 해두고 안 쓰면 점수에 영향 없나요?
한도가 설정된 순간부터는 실제로 안 써도 잠재적인 부채로 잡혀 총부채 규모 계산에 포함될 수 있다. 당장 쓸 일이 없다면 필요한 시점에 개설하는 편이 점수 관리 측면에서는 유리하다.
신용점수는 한 번에 확 오르는 게 아니라 몇 달에 걸쳐 조금씩 쌓이는 결과물에 가깝다. 이번 달에 공공요금 납부 실적 한 번 등록해보고, 카드 이용률 확인해보고, 불필요한 신용조회만 줄여도 몇 달 뒤 숫자는 분명히 달라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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