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연습생 생활, 데뷔까지 평균 몇 년을 버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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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생 평균 기간을 물으면 다들 “1~2년 아니야?”라고 답한다. 그런데 실제로 기획사 관계자들이 말하는 숫자는 좀 다르다. 짧으면 6개월, 길면 10년. 트와이스 지효는 초등학생 때 연습생이 되어 성인이 되어서야 데뷔했다고 본인이 여러 차례 방송에서 밝혔다. 반대로 1년도 안 돼 데뷔조에 뽑히는 경우도 실존한다. 범위가 이렇게 넓다는 것 자체가 이 시스템의 핵심을 보여준다.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회사의 그룹 기획과 연습생 개인의 성장 속도가 맞아떨어져야 데뷔라는 문이 열리는 구조라는 뜻이다.

데뷔까지 평균 2~5년, 그런데도 10년을 버티는 사람이 있다

업계에서 통용되는 수치는 평균 2년에서 5년이다. 오디션에 합격해 연습생 신분을 얻은 뒤 보컬, 댄스, 외국어, 이미지 트레이닝을 거쳐 데뷔조에 편성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다. 학교에 다니는 미성년 연습생이라면 오전 수업을 마치고 오후 3시쯤부터 연습실로 이동해, 저녁 식사 시간을 끼고 밤 10시 넘어서까지 안무와 보컬 레슨이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여기에 주 1~2회 외국어 수업과 개인 보컬 트레이닝이 더해지니, 하루 일과표만 봐도 성인의 풀타임 근무보다 빡빡하다. 의외로 이 평균값 안에는 ‘운이 좋았던 케이스’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회사가 마침 신인 그룹을 기획하던 시점에 나이와 포지션이 맞아떨어진 경우다. 반대로 지효처럼 10년 가까이 연습생 생활을 이어간 사례도 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몇 번의 팀 개편과 콘셉트 변경을 지켜봐야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거울이 있는 연습실에서 군무를 연습하는 연습생들

왜 이렇게 편차가 큰가. 답은 단순하다. 연습생 트레이닝이 개인의 실력만으로 완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춤과 노래가 뛰어나도 그해에 기획 중인 그룹 콘셉트와 포지션이 겹치지 않으면 데뷔조에서 밀려난다. 반대로 실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도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이미지나 언어 능력을 갖췄다면 데뷔가 앞당겨지기도 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이 언어 능력의 비중이 눈에 띄게 커졌다. 북미와 남미, 동남아 팬덤 비중이 커지면서 영어나 일본어로 프리토킹이 가능한 연습생을 회사가 우선순위에 두는 경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연습생 기간은 순수한 실력 경쟁이라기보다, 실력과 타이밍과 회사 사정이 겹치는 세 변수의 함수에 가깝다.

오디션 경쟁률부터 이미 ‘몇천 대 1’

연습생이 되는 첫 관문인 공개 오디션부터 관문이 좁다. SM, JYP, YG, 하이브 같은 대형 기획사의 정기 오디션은 경쟁률이 수천 대 1을 넘기고, 특정 시즌에는 만 대 1에 가까운 수치가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도 매년 지원자는 줄지 않는다. 오히려 오디션 애플리케이션과 온라인 화상 오디션이 보편화되면서 지방이나 해외 거주자의 지원 문턱이 낮아져 지원자 풀 자체가 넓어지는 추세다. 1차 서류·영상 심사를 통과해도 2차, 3차 대면 심사가 남아 있고, 이 단계에서 춤과 노래뿐 아니라 카메라 앞에서의 표정, 순발력, 팀워크까지 함께 본다. 오디션 합격은 연습생 생활의 시작점일 뿐, 거기서부터 진짜 경쟁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월말평가라는 이름의 생존 게임

연습생을 50명 이상 보유한 대형 기획사들은 대개 한 달에 한 번 ‘월말평가’를 실시한다. 방식은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큰 틀은 비슷하다. 연습생들은 3~4일 정도 준비 기간을 받아 각자 맡은 파트의 안무나 보컬을 다듬고, 이틀에 걸쳐 트레이너와 프로듀서 앞에서 평가를 받는다. 무대라기보다는 심사석에 가까운 자리라서, 안무 한 소절을 틀리거나 음정이 살짝 흔들리기만 해도 몇 주간 쌓아온 준비가 순식간에 낮은 점수로 귀결된다. 점수는 등급으로 매겨지고, 하위권에 반복해서 머무르면 계약 해지, 다시 말해 방출로 이어질 수 있다. 연습생 출신 인터뷰를 보면 “저 친구를 이겨야 내가 산다”는 압박감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방을 쓰고 같은 밥을 먹는 동료가 동시에 경쟁자인 구조이니, 그 정서적 부담이 가벼울 리 없다.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보컬 트레이닝을 받는 모습

그렇다고 월말평가가 순전히 탈락시키기 위한 장치만은 아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누가 실력이 늘고 있는지, 누구를 어떤 포지션에 배치할지 판단할 데이터가 필요하다. 데뷔조는 하루아침에 정해지지 않는다. 몇 달, 길게는 몇 년에 걸친 월말평가 성적과 트레이너 코멘트가 누적되어야 회사가 “이 조합이면 되겠다”는 확신을 갖는다. 그러니까 연습생에게 월말평가는 공포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증명할 몇 안 되는 공식 무대이기도 하다.

기숙사 생활, 실력보다 먼저 배우는 건 ‘버티는 법’

지방이나 해외 출신 연습생들은 대부분 회사가 마련한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방 하나에 여러 명이 함께 지내고, 통금과 식사 시간, 휴대폰 사용 시간까지 규칙으로 정해진 경우가 많다. 미성년 연습생이라면 학업과 트레이닝을 병행해야 하니 일과표는 더 빡빡해진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연습이 끝나고 방에 돌아오면 씻고 눕기 바쁜데, 다음 날 아침이면 또 같은 일과가 반복된다. 몸이 힘든 것보다 사람을 지치게 하는 건 따로 있다는 이야기가 연습생 출신 인터뷰에서 자주 나온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연습생 출신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어려움은 체력 문제가 아니라 외로움이다. 가족과 떨어져 낯선 도시에서 또래 경쟁자들과 한 방을 쓰는 생활이 길어질수록, 마음을 터놓을 사람이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이 생긴다.

기숙사 이층 침대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벌써 데뷔한 선배들을 보며 버틸 힘을 얻는다는 연습생도 있고, 반대로 가까이서 동료의 방출을 지켜보며 회의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 시스템의 가장 냉정한 지점은 여기다. 노력만으로 버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걸, 연습생들은 기숙사 생활 초기부터 몸으로 배운다.

데뷔조 경쟁, 실력만큼 중요한 ‘타이밍’

데뷔조에 최종 편성되는 인원은 보통 그룹당 4명에서 9명 안팎이다. 반면 같은 시기 훈련받는 연습생은 수십 명에 달하는 경우가 흔하다. 대부분은 데뷔조에 들지 못한 채 계약이 끝난다는 뜻이다. 이 높은 벽을 넘기 위해 최근 몇 년 사이 기획사들은 아예 판을 밖으로 꺼내기도 한다. 바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Mnet의 ‘프로듀스’ 시리즈나 ‘보이즈 플래닛’, ‘걸스 플래닛999’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인데, 연습생을 대중에게 먼저 공개하고 시청자 투표로 데뷔조를 가리는 방식이다. 데뷔라는 지름길이 열리기도 하지만, 탈락의 순간이 생방송으로 고스란히 노출되는 가혹한 무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몇 년을 버텨야 할까

정리하자면 평균은 2~5년, 그러나 이 평균은 개인마다 크게 어긋날 수 있는 숫자다. 회사의 그룹 기획 시점, 오디션 경쟁률, 월말평가 성적, 그리고 본인이 버텨내는 정서적 체력까지 여러 변수가 동시에 맞아떨어져야 데뷔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 중 어느 하나라도 어긋나면 연습생 기간은 1년이 될 수도, 10년이 될 수도 있다. 화려한 무대 뒤에 이런 불확실한 시간이 쌓여 있다는 걸 알고 나면, 데뷔 무대를 보는 시선도 조금은 달라질지 모른다.

자주 묻는 질문

Q1. 연습생이 되려면 꼭 오디션에 합격해야 하나요?

대부분의 경우 그렇다. 대형 기획사는 정기 공개 오디션과 온라인 화상 오디션을 함께 운영하는데, 최근에는 길거리 캐스팅 비중이 줄고 온라인 지원 비중이 늘었다. 다만 댄스 학원이나 보컬 학원을 통해 소속사 관계자 눈에 띄어 비공개로 연락을 받는 경우도 여전히 존재한다.

Q2. 월말평가에서 계속 하위권이면 무조건 방출되나요?

회사와 계약 조건에 따라 다르다. 몇 개월 연속 하위권이 이어지면 트레이너 면담을 거쳐 계약 해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특정 파트(작사·작곡, 프로듀싱 등)에서 강점을 보이면 다른 방향으로 전환 배치되는 사례도 있다. 방출이 곧 재능 부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은 업계 관계자들도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부분이다.

Q3. 연습생 기간이 길면 회사가 미안해서라도 데뷔시켜 주나요?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오래 버텼다고 데뷔가 보장되는 구조가 아니라서, 5년 넘게 트레이닝을 받고도 그룹 개편 과정에서 최종 라인업에 들지 못하는 경우가 실제로 있다. 반대로 1년 미만의 짧은 트레이닝만으로 데뷔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회사의 그룹 기획 타이밍과 연습생 개인의 포지션이 맞아떨어지는지가 기간보다 더 결정적인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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